[정치] 김정은 "자폭드론 대량생산" 지시…러시아 손잡고 드론전 강국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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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 전 자폭형 무인기(자폭드론)를 최초로 공개하며 “전쟁 준비에서 무인기의 비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량생산을 독려했다. 북한군 파병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쌓은 드론 실전 경험과 자체 생산능력을 결합해 유사시 한국을 향해 물량공세를 퍼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마스처럼…드론으로 '비정규 우세' 노린다
15일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14일) 무인항공기술연합체 산하 연구소와 기업소에서 자폭드론의 성능시험을 현지 지도했다. 매체는 김정은이 새로 개발된 무인기의 전술기술적 특성과 제원에 만족하며 “하루빨리 계열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들어갈 데 대해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무인항공기술연합체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단체로, 통일부는 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판도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 무인기들을 군사력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김정은의 평가다. 그는 또 “무인기의 성과에 대해선 전 세계의 군부가 다 인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오늘날 군사적 측면에서 필수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자폭드론 관련 현장 행보는 지난 8월 24일 이후 두번째다. 당시 김정은은 “세계 군사과학의 추세로 보나 전장들에서의 전투경험으로 보나 각이한 유형의 무인기들을 개발하고 그 전투적 성능을 부단히 높이는 것은 전쟁준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때 김정은이 “전투적용 시험을 더 강도 높이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한 대목을 놓고 일부 자폭드론이 전력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고 시사한 건 드론을 한반도 현대전의 주력 무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상·해상·공중의 정규 전력에서 열세를 가성비가 뛰어난 일회용 자폭드론으로 극복해보겠다는 심산이다.
군 관계자는 “하마스·후티 등 이슬람 무장세력, 러시아·이란 같은 연대 국가의 선례가 북한 입장에선 본보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것처럼 대규모 저가 드론을 필두로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전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
이날 북한은 자폭드론이 BMW 승용차를 타격하는 사진도 공개했는데, 드론을 통한 한국 요인 암살 등 테러 위협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공개 사진은 드론이 한국 전차 K2 모형을 타격하는 순간을 담았다. 자폭드론을 방사포, 탄도미사일과 같은 대남 타격용 재래식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
“무인기 생산, 잠재력 충분”…러시아·이란 ‘뒷배’ 전제했나
이미 러시아와 이란 등에서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 이전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지난 8월과 이날 공개한 드론 타격 장면을 보면 모자이크 처리 때문에 구체적 형상은 확인이 어렵지만 러시아제 란셋-3, 이란제 샤헤드와 유사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드론 기술을 공유하고 있는 러시아·이란 연대에 북한이 합류했다면 짧은 시간 내 생산체계를 갖추는 건 어렵지 않다. “우리는 각이한 무인기들을 생산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이날 김정은의 발언은 그래서 가볍게 보기 힘들다.
김정은이 드론전을 강조한 시기가 북한군의 러시아 참전과 맞물려있는 점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드론전이 북한군에게 생생한 실전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미 국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기초적 보병 작전과 무인기와 포탄 운용법 등을 놓고 북한군을 훈련시켰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도 이달 초 북한군이 1인칭 시점(FPV) 드론 활용법을 훈련받고 있다고 밝혔다.
北 파병군의 드론 훈련 성과에 정부도 촉각
정부도 북한군 파병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드론 전술 습득일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유엔에 제출된 우크라이나 대표단 성명에서 정찰총국장인 이창호가 북한군 파병 명단에 포함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대남 무인기 공작을 담당한 정찰총국 최고 책임자가 직접 드론전에 관여하는 게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이날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전법상 측면에서도 새롭고 유망한 전술조법들을 결합 적용할 전망성을 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점을 놓고 파병 부대의 훈련 성과와 연관돼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투입될 드론의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공급기지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세에 허를 찔린 러시아로선 뒤늦게 수십만 대 규모의 드론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도 러시아 자본과 기술로 대규모 드론 공장을 가동하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러시아, 北 구식 자주포까지 지원 받을 가능성
한편 한국에선 곡산포로 불리는 북한 170㎜ 자주포가 러시아로 향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소셜미디어 엑스(X)의 우크라이나 전문 군사·분쟁 뉴스 계정 'Status-6'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북한의 M-1978/1989 곡산 170㎜ 자주포가 러시아로 추정되는 곳에서 기차로 운송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무기체계는 소련이 1950년대 북한에 준 구식 해안포를 개량한 것으로 퇴역을 앞둔 고물 자주포로 평가 받는다. 소모전 양상으로 접어든 전쟁에서 러시아가 그만큼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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