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시행된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의 유출 논란 파장이 계속 되고 있다. [뉴시스]

연세대가 논술시험 효력정지 처분의 후속 대안으로 제기된 재시험과 정시 이월을 사실상 거부했다. 우선 기존 논술시험 성적 결과로 합격자를 발표하고 이후 본안소송에서 재시험 여부를 다퉈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오후 5시 서울 서부지법 민사21부(부장 전보성)는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이의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며 효력정지한 판결에 연세대가 불복하면서다. 심리종결은 오늘 20일 오후12시다.

연세대 측은 가처분 이의신청 이유에 대해 “합격자 발표를 원하는 1만여명의 다른 수험생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1만여명 수험생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고, 우리나라 대학입시 절차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항고심에서 결과를 뒤집어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으로 중단된 합격자 발표를 진행하고, 이후 본안 소송에서 재시험 이행에 대해 결론짓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재시험이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존 시험 합격자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이유였다. 연세대 측 변호인들은 “수험생들이 재시험에서 반드시 합격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재시험에 대해 다시 가처분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며 “세월이 흘러서 본안 소송(재시험 이행)에서 연세대가 승소할 경우, 1차 합격자들은 그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개인 사유로 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재시험 불가 사유로 들었다.

연세대 논술 모집 인원을 정시 모집으로 이월하는 대안에도 난색을 보였다. “논술 시험만을 준비해오는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차준홍 기자

시험지 사전 유출로 인한 부정행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세대에 따르면 시험지가 사전 배포된 72고사장 수험생 중에는 합격자가 없다. 연세대 측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사이트에 문제지가 사전 유출됐다는 증거는 전무하다”며 “다른 고사장에서 자기 시험 준비하느라 바쁜데, 유출 문제를 받아서 다른 곳에 전달했겠냐”고 밝혔다. 이어 “합격자들이 모두 부정행위의 수혜자여서 결격자에 해당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0’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은 공정성이 훼손됐기 때문에 재시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리하는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60여명의 합격 권리가 1만여명의 공정성이 침해된 시험을 볼 권리보다 우선일 수 없다”며 “합격자들의 점수가 부정행위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연세대가 공정하고 안정적인 대입 전형 운영, 수험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모든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엄중한 대응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