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저가공세 못 견뎠다…'마흔다섯' 포항제철소 1선재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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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이 45년 9개월간의 가동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 생산 설비가 노후화한 데다가,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 중국 등의 저가 공세를 견디지 못해서다.
19일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이날부로 셧다운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 조정하는 공정)에 이은 두 번째 셧다운이다. 선재(線材)는 철사와 같이 단면이 원형인 철강 제품을 의미한다.
1979년 2월 가동을 시작한 1선재공장은 두 차례 합리화를 거쳤고, 누적 2800만 톤(t)을 생산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산업화시대 건설 수요가 급팽창하던 당시 못·나사의 재료로 쓰였고, 이후엔 타이어코드·비드와이어 등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로 활용됐다.
폐쇄에 이른 결정타는 중국의 저가공세다. 지난해 글로벌 선재 시장의 생산능력은 2억t에 이르지만, 실제 수요는 9000만t에 불과했다. 한 예로 1억4000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 선재밀의 경우 내수 건설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줄었지만, 생산량을 유지하려다 보니 주변 국가에 저가 밀어내기를 이어나갔다. 결국 글로벌 선재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1선재공장을 폐쇄하며 품질과 관계없는 저가 선재의 시장 공급도 축소하기로 했다. 다만 이곳에서 생산하던 고강도 타이어코드, 선박 및 자동차용 용접봉 등은 포항 2~4선재공장에서 전환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향후 저가재 등 가격 중심으로 경쟁하는 시장의 비중을 축소하고 자동차용 고강도 볼트(CHQ), 스프링강, 베어링강 등 고부가가치 선재 제품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해 생산·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中 저가공세, 美 보호무역…韓 이중고
한편 한국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공세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외국산 철강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과 철강재 수입량은 873만t으로 전년보다 29.2% 늘었다. 지난해 일본산 수입도 전년보다 3.1% 증가한 561만t이었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의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에 대한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江蘇省)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검토중이다. 국내 2위 철강회사인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2공장 폐쇄를 검토중이다. 국내 1·2위 철강회사들이 공장 셧다운에 나선건 철강업계의 불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년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는 점도 철강업계의 부담이다. 미국은 한국 철강 제품 수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상대국가인데,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철강 쿼터(무관세 수입량) 제한 조치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2017년까지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018년 조치로 2021년 200만t대로 줄었다.
현재 미국에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는 한국산 철강 제품 상한은 263만t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철강 수입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하더라도, 한국산이 쿼터에 묶여있는 한 국내 업계가 반사 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건설·제조업 경기가 개선되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 수요가 3년 연속 감소해왔지만, 선진국의 금리 인하와 건설·제조업 경기 개선 등으로 내년에는 수요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내년 중국의 철강 수출이 줄어들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철강 가격도 완만하게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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