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핵 독트린' 바꾼 푸틴…같은날 우크라는 에이태큼스 러에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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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0일이 되는 19일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에 첫 공격을 단행했다. 지난 17일 뉴욕타임스(NYT) 등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에이태큼스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걸 허용했다고 보도한 지 이틀 만이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서방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핵 보복을 가할 수 있도록 핵무기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개정함에 따라 향후 전쟁 양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3시25분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6발로 브랸스크주(州) 카라체프를 공격했다”며 “우리의 S-400과 판치르 미사일방어시스템 운용요원들이 이들 미사일 중 다섯 발을 떨어뜨렸고 한 발에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타격을 입은 미사일 1발의 잔해가 군사 시설로 떨어졌으나 인적, 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 RBC우크라이나도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이날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카라체프의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우리는 처음으로 에이태큼스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했고, 브랸스크 지역 군 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도 “카라체프에 있는 러시아군 제1046무기고에 화재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RBC우크라이나는 “해당 무기고가 러시아 국방부 산하 미사일포병국(GRAU)의 제67무기고”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해당 무기고를 드론으로 공습해 활강폭탄과 대공미사일 등 각종 무기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약 수십만발을 제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에이태큼스 공격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허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나온 첫 타격 사례다. 앞서 NYT는 미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걸 허용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 푸틴은 이날 핵무기를 갖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해도 핵보유국의 공격 행위로 간주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도록 핵 교리를 개정했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이를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핵 억제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동맹, 핵 억제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의 범위를 종전보다 넓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셈이다. 기존 핵 교리에선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공격만을 핵 보복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공격 가능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는 서방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들 국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을 가지지 않은 우크라이나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재래식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번 개정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의 경고대로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서 향후 러시아의 대응에 따라 전쟁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공동 공격’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서방 핵보유국도 핵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을 맞이한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의회 특별 본회의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1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에 대해 “그는 승리에 집중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한다“며 러시아의 석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통해 군비 조달 능력을 약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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