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결하기로 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내년에도 올해처럼 시세의 평균 69% 수준으로 공시가격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내년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분만큼 달라져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경기 주요 아파트는 보유세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차준홍 기자

국토교통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부동산 가격 공시를 위한 현실화 계획 수정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 수준인 시세의 69%,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로 유지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산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공시가격은 전년 말 시세에 현실화율을 곱한 값으로, 정부가 현실화율을 동결하더라도 올해 말 기준으로 집값이 올랐다면 내년 공시가격은 오르게 된다. 반대로 집값이 하락했다면 공시가격도 내려간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보유세 39% 올라
이날 신한은행이 서울 주요 아파트의 내년도 보유세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내년 보유세가 대체로 올해보다 20~3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주요 아파트도 10% 안팎 오를 전망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중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서울 강남권은 현실화율 71.5%를 반영했던 2022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20층)의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해 보니 지난해 시세를 반영한 올해분 959만원에서 내년에는 1331만원으로 38.8% 증가했다. 이 아파트 해당 면적 시세는 42억원으로 지난해(33억원)보다 급등했다. 인근 지역의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자이 전용 84㎡도 각각 21.3%(1161만→1408만원), 24.4%(993만→1236만원) 오를 전망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전용면적 84.60㎡(29층)는 지난해와 올해 내지 않았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거래 시세가 1년 새 1억5000만원 정도 오르면서 이를 반영한 공시가격 역시 지난해 11억6400만원에서 올해 12억6377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추정한 결과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올해 239만3000원이던 보유세가 내년 275만1000원으로 36만원(15%) 정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 84㎡는 1주택자 보유세가 올해 276만5000원에서 내년 302만8000원으로 26만원(9%)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 시세를 토대로 산정한 내년 공시가격이 12억원을 초과하면 재산세는 물론 종부세 납세 대상이 된다”며 “강남 3구는 공시가격이 12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년 보유세가 100만~300만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우 전문위원은 다만 “올 연말 기준 실거래가격이 내려가는 곳은 보유세가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진 기자

경기권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까지 실거래가격이 10.2%까지 오른 과천시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과천시 중앙동 주공10단지 전용 83.13㎡ 소유주는 올해 보유세 222만원가량을 부담했지만, 내년에는 24.8% 오른 277만원을 낼 전망이다. 지난해 내지 않았던 종부세도 24만원가량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집값이 올랐던 수도권과 달리 집값이 내렸던 지방 아파트는 내년 보유세가 올해보다 줄어들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올해 들어 9월까지 8.03%, 수도권 아파트는 5.02% 올랐지만 지방 아파트는 0.46% 하락했다. 부산은 0.9%, 대구 2%, 광주는 1.9% 하락했다. 이번 수정방안에 따라 산정된 내년도 최종 공시가격은 단독주택은 내년 1월, 공동주택은 4월에 확정 발표된다.

윤 정부 ‘공시가 합리화 정책’ 국회 공전
한편 정부는 당초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중장기 계획(로드맵)’을 폐지하고 종전 산정체계로 돌리는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지난 9월 발표했다. 문 정부의 현실화 계획이 집값 상승기 땐 과도한 세 부담을 초래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하락기에도 공시가격은 오르는 등 후유증이 컸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방안은 부동산 공시가격에 관한 법률(공시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를 통과해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여야 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은 ‘강남 3구 등은 여전히 시세와 공시가격 간 괴리가 크다’며 개정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을 위해 현실화율을 동결하는 임시 조치를 정부가 다시 취한 셈이다. 현 정부는 앞서 2023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공동주택 기준)로 환원한 바 있고, 2024년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동결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합리화 방안이 조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부동산 공시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