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협주곡은 테니스와 같아, 조성진은 호흡 잘 맞는 선수”
-
1회 연결
본문
“(조)성진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훌륭한 연주를 한다. 그가 칭찬을 아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지금도 ‘칭찬 알레르기’가 그의 눈에 보이지만. (웃음) 미안하다!” 1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69)은 피아니스트 조성진(30)에 관해 이야기하다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은 20일 연주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설명하던 참이었다. 조성진이 “거대한 스케일의 곡이라 연주가 끝나고는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에 “성진이 너무 겸손하다”고 한 래틀은 “이 곡은 테니스 경기와 같다. 공을 서로에게 넘기는데, 서브가 너무 빠르면 받을 수 없다. 악절을 오케스트라에 줄 때 우리가 다시 넘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어떤 연주자와의 연주는 악몽인데, 성진의 연주는 단순하면서 음악적이다.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에게만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래틀과 조성진은 이번에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BRSO)과 함께한다. 20일은 브람스 협주곡 2번, 21일은 베토벤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16년간 상임 지휘자를 지냈고, 지난해까지 런던 심포니 음악감독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BRSO의 상임 지휘자를 맡았다. 앞서 2017년에는 베를린필과 2022년에는 런던 심포니와 한국에서 공연했다. BRSO와는 첫 내한이다.
래틀의 내한 때마다 협연자가 조성진이다. 래틀은 “각기 다른 오케스트라와 투어를 했는데, 그때마다 솔리스트가 조성진이라서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래틀은 2017년 베를린필 공연에서 협연했던 조성진을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렀다. 당시 팔을 다친 피아니스트 랑랑 대신 무대에 선 조성진의 베를린필 데뷔 공연이었다. 래틀은 BRSO의 이번 아시아 공연 12회(한국 2회, 일본 6회, 대만 4회) 모두 조성진을 협연자로 선정했다. 마지막 공연은 다음 달 5일이다. 래틀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연주하게 되는데 그 다양성을 함께할 수 있는 연주자가 조성진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긴 투어에는 체력이 중요하다”며 “며칠 전 뮌헨에서 BRSO와 브람스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왔는데, 체력적·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훌륭해 힘든 걸 모두 잊었고, 이번 투어에는 음악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곡에 대해 “1번 협주곡이 젊은 브람스의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면, 2번은 더 교향악적이라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1949년 창단한 BRSO는 오이겐 요훔, 라파엘 쿠벨릭,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거장 지휘자들이 이끌었다. 내한 공연은 주빈 메타와 함께한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니콜라우스 폰트 BRSO 대표는 “올해 창단 75주년이다. 쉽지 않은 연주곡으로 긴 투어를 하게 됐고, 오케스트라 구성원 모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BRSO는 협주곡과 함께 20일은 브람스 교향곡 2번, 21일은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