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생애 첫 국대 기쁨 산산조각…포수 박동원 “동생들에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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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 국가대표는 늘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달아보지 못했던 태극마크.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나 보다’ 하고 포기할 무렵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처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나간 국제대회에서 보란듯이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 그러나 슈퍼라운드(4강) 진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꿈만 같았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국가대표가 된 베테랑 포수 박동원(34·LG 트윈스)을 지난 18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만났다. 이날 한국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호주전에서 5-2로 이겼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박동원의 얼굴에서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선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라 본선이 열리는 일본 도쿄돔이 아닌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박동원은 “정말 꿈만 꾸던 국가대표였다. 여러 차례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면서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또, 선배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든다”고 말했다.
박동원에게 프리미어12 출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지난 15년 동안 인연이 없던 태극마크를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 달았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류중일(61) 감독은 지난해부터 손성빈(22·롯데 자이언츠)과 김형준(25·NC 다이노스) 등으로 국가대표 포수진을 꾸렸지만, 손성빈이 지난달 오른손 수술을 받으면서 박동원이 뒤늦게 발탁됐다.
국가대표 경험이 없던 박동원은 이번 대회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았다. 34세로 선수단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맏형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했다. 또, 주전 안방마님으로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투수진을 리드해야 한다는 임무도 주어졌다.
여러 부담감을 안았던 박동원은 자기 몫 이상을 해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홈런을 터뜨린 거포답게 타석에선 4경기 동안 타율 0.375(16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일본전에선 터뜨린 좌월 솔로홈런을 포함해 2루타도 2개나 때려내 장타력을 입증했다. 수비를 할 때는 안방마님으로서 젊은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어내며 류중일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박동원은 “팬들께서 정말 많이 기대하셨을 텐데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해 죄송스럽다. 개인 성적은 좋다고 하더라도 결국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맏형인 나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록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는 아쉽게 끝났지만, 박동원으로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음 국제대회에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야구의 위상을 떨치는 일이다.
박동원은 “이번 프리미어12를 통해 우리 젊은 투수들의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들이 있어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음 국가대표를 해보니까 더 욕심이 생긴다. 다시 이런 시간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다. 그때는 꼭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과를 거두겠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패한 대만과 일본을 다시 만나 설욕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동원
출신교 양정초-개성중-개성고
체격 1m78㎝·92㎏
올해 성적 130경기 타율 0.272 20홈런 80타점 58득점
통산 성적 1286경기 타율 0.257 154홈런 619타점 500득점
프리미어12 성적 4경기 타율 0.375 1홈런 3타점 2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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