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통산 득점 1위까지 35점…“르브론 정은, 아직 건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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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기록과 팀 성적, 두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웃음)”
여자 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대기록 작성을 눈앞에 둔 베테랑 포워드 김정은(37·부천 하나은행)은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개인 통산 8106점을 기록 중인 그는 앞으로 34점만 추가하면 이 부문 역대 1위 정선민(은퇴·8140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35점을 넣으면 단독 1위로 올라선다.
여자농구는 지난달 27일 2024~25시즌을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7경기를 치렀는데 2승 5패로 19일 현재 6개 팀 중 5위다. 김정은은 개막 직전 종아리 부상을 당해 4라운드 경기부터 출전했다.
김정은을 19일 인천 서구의 하나은행 훈련장에서 만났다. 김정은은 “우연히 10년 전 메모를 찾았는데 최우수선수상(MVP), 우승, 그리고 1만점 돌파라는 세가지 목표를 세웠더라. MVP와 우승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득점 기록만 남았는데 대선배(정선민)를 넘어 최다 득점자에 오르는 것이니 ‘1만점 달성’ 만큼이나 값진 기록이 아닐까”라며 “나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기록을 앞뒀단 사실이 무척 기쁘고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수 생활 내내 시련을 겪었다. 온양여고 시절부터 특급 포워드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2006년 신세계(하나은행 전신)에 입단해 신인왕까지 차지하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저돌적인 돌파력과 함께 당시 국내 여자 선수로선 드물게 한 손으로 슛을 하면서도 빼어난 득점력을 자랑했다. 득점왕도 네 차례나 차지했다. 팬들은 그에게 미국프로농구(NBA) 수퍼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의 이름을 따서 ‘르브론 정은’이란 애칭을 붙여줬다.
하지만 김정은이 몸담은 하나은행의 성적은 늘 바닥이었다. 잦은 부상도 그를 괴롭혔다. 김정은은 “무릎은 아예 연골이 없고, 발목도 심하게 다친 적 있다. 아킬레스건과 어깨 부상 이력도 있다. 은퇴를 마음 먹은 건 셀 수도 없다. 의사로부터 ‘이런 몸으로 뛰었다는 게 신기하다. 이제 더는 농구를 못할 것’이라는 말도 세차례나 들었다. 나는 과부하가 걸리도록 뛰는데 팀은 매일 지니깐 회의감이 든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선수 생활을 계속해야 할까’ 고민할 때쯤 하나은행은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했다. 서른 살 김정은은 2017~18시즌을 앞두고 스타들이 즐비한 강팀 우리은행의 러브콜을 받고 이적했다. 에이스의 부담을 떨친 김정은은 유니폼을 바꿔 입고 펄펄 날았다. 꿈에 그리던 챔피언전 우승을 두 차례(2017~18, 22~23시즌)나 차지했고, MVP(17~18시즌)에도 뽑혔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엔 늘 친정 팀인 하나은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지난 시즌인 2023~24시즌 6년 만에 하나은행에 돌아왔다. 김정은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낭만파’라는 지적도 있는데 난 돈과 성적보다는 의리와 명분을 따진다.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시절 동안 꼭 하나은행을 우승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돌아온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올 시즌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시작했지만, 아직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김정은은 “시즌 초반이기에 걱정 안 한다. 후배들이 ‘언니가 돌아온 뒤로 팀이 좋아졌다’고 말해줘서 더 힘을 낼 수 있다”면서 “팀과 후배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나보다 많이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게 롱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피드와 힘이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은퇴할 때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코트에서 1초도 허투루 뛰지 않는다. 하나은행을 우승시켜 ‘르브론 정은(별명)’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김정은
신장 1m79㎝
포지션 포워드
소속 부천 하나은행
2024~25시즌 20번째 시즌(2006년 데뷔)
통산 득점 역대 2위 8106점(1위 8140점 정선민)
우승 2회(2017~18, 22~23시즌 당시 우리은행)
별명 르브론 정은, 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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