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하이닉스 길덕신 "첨단 소재 찾아 반도체 한계 돌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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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은 전자·기계·화학·물리학의 종합예술이자 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불린다. 제조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소재를 쓰고, 어떤 배합의 가스와 반응시키느냐에 따라 0.1%만 달라져도 수율(양품 비율) 등 생산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 이는 곧 반도체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더 작고 성능 좋은 칩을 만들기 위해 최근 소재 분야가 주목 받는 이유다.
길덕신 SK하이닉스 소재개발 담당(부사장)은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반도체 제조기술 국제학술대회(KISM 2024)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최근 반도체 미세화 공정이 점점 한계에 부딪히면서 지금까지 공정을 개선하는 조연 역할에 머물렀던 소재 분야가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제 화학의 시각에서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말했다.
지금까지 반도체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첨단 소재를 발굴·적용해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길 부사장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말 곽노정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신설한 기반기술센터에서 반도체 소재 개발과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 공급망, 갈수록 중요해질 것”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3대 핵심 소재(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명백히 국내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조치였다. 특히 첨단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 필수 소재(감광액)인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EUV PR) 공급이 막히면서 반도체 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당시 세계 5대 포토레지스트 기업 가운데 4곳이 일본 기업이었다.
길 부사장 역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위력을 절감했던 순간이었다”라며 “이를 계기로 SK하이닉스만의 소재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했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그룹사 및 협력사들과 함께 연구개발에 돌입, 2023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EUV PR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일본 산업계에선 “경제 보복 조치가 자충수가 됐다”는 탄식이 나왔다.
그럼에도 풀어야 할 공급망 과제가 산더미다. 지구 반대편 화학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 다음날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길 부사장은 “현재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수천 가지 소재의 수입처, 위험성, 대체 수급경로 등을 모두 추적·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재로 ‘친환경 반도체’ 시대 연다
이날 국제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길 부사장은 “반도체 공정 소재를 개선하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탄소 배출량까지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PFAS) 대체제를 찾는 것도 반도체 소재 기술의 숙제다. 최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PFAS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길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강점으로 오픈 이노베이션(협업 등 개방형 혁신) 구조를 꼽았다. 수많은 반도체 소재를 SK하이닉스 혼자서 개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내외 반도체 소부장 협력사와의 협업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길 부사장은 “참신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회사 규모나 실적과는 상관없이 실력있는 스타트업·대학 연구실 등 가능한 많은 곳과 협업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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