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급전으로 '유동성 빨간불' 막는다…단기차입금 20%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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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산구 일대 빌딩숲. [뉴스1]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 부채, 이른바 ‘급전’을 빌리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기업마저 부채의 질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중앙일보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의뢰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공기업, 금융사 제외)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50개 기업의 만기 1년 미만 단기차입금은 1년 새 20.2% 늘어 83조11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전체 외부자금조달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3분기 17.6%에서 올해 20%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50개 기업의 만기 1년 이상 장기차입금은 4.5%(4조692억원) 늘었고, 회사의 성장성을 담보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발행하는 회사채는 2% 증가(4조9435억원)하는 데 그쳤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클수록 기업들의 이자 비용 부담도 커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인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배터리 업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부진한 석유화학 등에서 단기차입금 증가가 두드러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대비 올 3분기 단기차입금이 1조 926억원 늘어 2조7164억원(증가율 67%)에 달했다. 삼성SDI는 2조149억원이 늘어나며 1년 새 175%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롯데케미칼은 2020년 3591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이 올해 3조4438억원으로 858%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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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 계열사를 둔 대기업들도 단기차입금이 늘었다. 신세계의 단기차입금은 1년만에 1조 992억원 늘어 87% 증가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도 단기차입금의 규모가 확대됐다. 삼성전자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3421억원 이었으나 올해 3분기에는 11조351억원으로 154% 증가했다. 잇따른 대규모 투자로 지난해 말 현금자산이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기가 짧은 차입금을 통해 돈을 조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외에 영풍·MBK연합의 경영권 공격에 방어 중인 고려아연은 1년만에 단기차입금이 168%(1조1489억원) 늘었다.

“경기 전망 어둡게 본다는 신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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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업종에 따라 단기차입금의 의미에 차이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단기차입금은 1년새 65% 증가했지만 방산 수주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오션 인수와 방산 수주 증가에 따른 영향”이라며 “최근 단기 기업어음 조달을 실시했고 대부분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며 향후 현금흐름이 개선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기 수주는 향후 무기체계 지급을 약속하고 미리 돈을 받기 때문에 선급금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기차입금이 빠르게 늘면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조사본부장은 “경기 침체에 경영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차입을 늘려야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기도 쉽지 않아지자 기업들이 단기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라며 “금융기관에서도 기업들의 실적 개선 전망을 어둡게 보기 때문에 만기를 짧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면 롤오버(만기연장)해야 하는데, 향후 금리 인상시 비용이 증가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다 못 갚는 기간이 3년 연속인 ‘한계 기업’ 비율이 16.4%(대기업은 12.5%)에 이르는 가운데, 업종별·기업규모별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본부장은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첨단산업 경쟁도 격화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지원을 확대해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개별적인 신용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늘어나는 한계기업들에 대한 정책적인 대비와 함께 업황이 나빠진 산업 위주로 주의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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