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려워서 킬러? 안 배워서 킬러?…오락가락 난이도에 수능 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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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배제 원칙이 적용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년 차를 맞았지만, 정의를 놓고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문제”라고 규정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오답률 높은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똑같이 킬러 배제 원칙이 적용된 두 번의 수능 난이도가 달랐던 것도 이 같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킬러 줄었다” 평가에도…수학 22번 정답률 4% 예상
지난해와 올해 수능은 같은 킬러 배제 원칙이 적용됐지만 체감 난이도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EBSi에 집계된 국어와 수학 영역 예상 표준점수 최고점은 138점, 145점이다. 지난해 발표된 수능 표점 최고점보다 각각 12점, 3점 낮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원점수가 전체 수험생 평균에서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내려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진다.
정부는 이번 수능에 대해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된 킬러문항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19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 분야 성과를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올해 수능에 관해 “킬러문항이라고 구체화해 이야기하는 정도의 유형이 출제되지 않고도 적정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수능 당일 이뤄진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도 최중철 수능 출제위원장(동국대 교수)은 “준킬러문항도 충분히 걸러졌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시업체는 교육과정 준수 여부보다는 정답·오답률, 난이도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메가스터디교육은 2025학년도 수능 정답률을 예측한 결과, 국어·수학에서 정답률 50% 이하 문항이 지난해 수능보다 41.4%(29개→17개)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어는 지난해 13개에서 올해 3개로, 수학은 16개에서 14개로 줄었다. 수험생들이 입력한 가채점 자료 약 84만 건을 분석해 계산했다.
최고난도 문항도 지난해보다는 정답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EBSi 집계에 따르면 국어·수학·영어 과목에서 최고 오답률을 기록한 건 수학 22번이다. 오답률이 96%다. 지난해 98.2%의 오답률을 기록한 수학 22번보다 정답자 비율이 다소 늘었다.
“어려워서? 안 배워서?”…모호한 ‘킬러’ 정의
현장에서는 오락가락 난이도에 “2년째 정부가 없애겠다는 킬러문항의 실체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기도 고양시 한 수학 강사는 “킬러문항을 판단하는 기준이 오답률인지, 난이도인지 모호하다. 명확하게 합의하기 어려운 표현”이라고 말했다. 분당의 한 수학 강사도 “정답률이 현저히 낮은 문제가 나와도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으로 풀 수 있다면 킬러가 아니란 건가”라며 “말장난 같다”고 지적했다.
올해 수능에도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문항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수학교육혁신센터 연구원은 “올해 수능 수학에서 미적분 30번, 공통 13번 등은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30번은 풀이 과정에서 대학교 수학 내용이 일부 포함되고, 13번은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지수 세 개 연립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주의 한 영어강사는 “지문이 지나치게 어려워 한번 읽어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를 킬러로 본다”며 “킬러 문항의 척도를 난이도 5점 만점에 4.5점 이상으로 본다면 지난해 수능에선 3.5~4.0점에 준하는 고난도 문항이 오히려 많아졌고, 올해도 33번과 37번은 킬러 난이도에 준한다”고 했다.
애초에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수학 교사는 “수능은 선발 도구이기 때문에 변별이 돼야 하는데, 이런 문항을 킬러라고 지칭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킬러 없애도 변별력 갖춰야…학원 찾는다”
본질적인 문제는 킬러문항 한두 개가 아닌, ‘널뛰기 난이도’라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 분당 한 수학강사는 “킬러 배제 원칙 이후로 모의고사와 수능 난이도가 들쭉날쭉했다”면서 “학생들은 이런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소위 ‘고퀄리티’ 모의고사와 자료를 제공하는 유명 입시학원으로 더 쏠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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