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폐관 위기 몰린 태평로 1층 건물…도시건축전시관 용도변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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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태평로에 새롭게 지은 서울건축도시전시관의 모습. 개관 5년 만에 폐관 위기에 몰렸다. 사진 이현준 작가

서울 태평로에 있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건립 5년 만에 폐관 위기에 몰렸다. 서울시가 도시건축 분야 국내 최초 전시관인 이곳을 지역특산물 판매장 등을 포함한 영업시설로 용도변경을 추진하면서다. 새건축사협의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서울의 역사ㆍ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상징적 공간을 단순 판매시설로 바꾸지 마라”고 주장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당초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였다. 이후 국세청 별관으로 쓰던 건물을 허문 자리에 2019년 광복 70주년 프로젝트 차원에서 새로 지었다. 서울시는 일제 잔재였던 건물을 철거하고, 그 공간을 시민에게 되돌려주겠다며 2015년 도시건축 분야 전문전시관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도시와 건축을 알리기 위한 공간으로 미국 시카고건축센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건축센터, 싱가포르 시티 갤러리 등 해외 유명 도시에 있는 전시관을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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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기 전 국세청 별관 모습.사진 터미널7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당시 서울시는 “세계 여러 도시는 도시변천역사와 공간정책, 미래비전을 시민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며 “서울의 도시건축문화 거점 공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국제설계공모전을 거친 결과, 8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조경찬 건축가(터미널7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작품이 선정됐다.

서울 중심지에 일부러 낮게 지은 건물  

전시관은 지상 1층, 지하 3층(연면적 2,998㎡) 규모다. 최근에 지은 건물인데도 태평로에서 가장 낮다. 지상에서 봤을 때 건물 높이가 3m에 불과하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태평로를 따라 걷다 보면 건물이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또 다른 건물이 가리지 않도록 빈터로 둘까 하다가 지하 공간을 개발해 쓸 생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여서 건물 높이나 규모에 제약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경찬 소장은 “건물이 덕수궁 돌담과 수평으로 이어지면서 성당 기단처럼 보이도록 높이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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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건축도시전시관은 뒤의 성당을 가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낮춰 지었다. 사진 이현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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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부. 사진 터미널7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하지만 운영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완공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방문객 수가 적어서였다. 전시관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는 “공간 활성화를 위해 지역관광 안내소이자 상품을 소개ㆍ판매하는 공간으로 개편할 예정이나, 전반적인 운영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리한 용도변경, 우려의 목소리도

건축계는 반발하고 있다. 올해 이 전시관에서 열린 ‘서펜타인 파빌리온 전시’에 6만5000명이 찾는 등 코로나19 이후 공간이 점점 활성화하고 있다고 한다. 새건축사협의회는 “건립 이후 5년 동안 60여 차례 기획 전시를 통해 건축과 도시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온 전시관 기능을 박탈하는 것은 건축문화와 공공건축 가치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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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지하 3층 홀의 모습. 이 공간은 외부공간으로 냉난방 시설이 없다.사진 이현준 작가

전시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건물 설계자인 조 소장은 “냉난방 시설이 없는 지하 3층 홀을 판매시설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시청 옆 상징적인 자리에 한국 건축과 도시 관련 의제를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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