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명태균 “尹 유세 때 지역 반응 살펴"…"난 선거판 짜는 사람” 진술

본문

정치 브로커 명태균(54)씨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지역 주민 반응을 살피는 등 윤석열 대통령 후보 유세를 지원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상 여론조사 이외 명씨가 윤 대통령 선거에 관여한 정황을 추가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원한 대가로 김영선(64·국민의힘)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단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검찰의 ‘공천 개입’ 수사가 어디까지 뻗을지 이목이 쏠린다.

17320871524602.jpg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14일 오후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창원교도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명 “尹 후보 지나가면 반응 살펴”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이 전날(19일) 조사에서 명씨에게 “윤 대통령 후보가 유세하고 다른 행선지로 이동하면, (유세 현장) 반응을 살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명씨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윤 후보가 경남 창녕 시장에 왔었다” “창녕은 홍준표의 고향인데, (윤 후보가) 지나간 뒤 사람들이 ‘아~ 윤석열이 남자답네’와 같은 반응을 살폈다”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윤 후보는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9월 지역 유세를 위해 경남을 찾았다. 당시 국민의힘 당내 경쟁자 홍준표 후보 고향인 경남 창녕을 방문해 창녕상설시장을 시작으로 진주 중앙시장, 창원 마산어시장과 반송시장 등 경남 전통시장을 누볐다.

다만, 명씨는 누구의 부탁을 받아 (유세 지원을) 했는지, 지역 반응을 살피고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얘기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이같이 진술하면서 윤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함모 교수 실명을 언급, “함○○은 정치판, 나는 선거판을 짜는 사람”이란 말도 했다고 한다. 명씨는 당시 윤석열 캠프 별도 직책도 맡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17320871526152.jpg

2022년 2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남 통영시 중앙로에서 열린 경남지역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스1

“나는 선거판 짜는 사람”…김영선 尹 캠프 추천

이와 관련, 명씨가 경선 중인 윤 후보가 경남에 왔을 때 지역 인사를 소개하며 명함을 주고받게 한 영상이 최근 확인되기도 했다. 2021년 9월 부산 김해공항에서 찍힌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명씨가 윤 후보에게 소개한 이들 중 명씨 등에게 공천을 바라고 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 지방선거(2022년) 예비후보 2명도 있었다.

검찰은 이 영상에 나온 예비후보 2명과 여러 지역 인사를 ‘왜 소개했는지’ 명씨에게 추궁했다고 한다. 이에 명씨는 “(자신이) 개별적으로 초대한 것은 아니고, 한 사람한테 얘기하니 다 데려왔다. 그래서 왔길래 인사시켰다”라고 했다.

검찰은 명씨가 윤 후보 캠프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파악했다. 앞서 8, 9일 검찰 조사에서 명씨는 김 전 의원을 캠프에 추천했다고 진술했다. 명씨는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을 추천하면서 “여성층을 공략하려면 중진 출신 여성 의원에게 (자리를) 하나 해줘야 한다”고 말한 뒤 “대통령께서 전화로, '권성동과 윤한홍이 김영선을 싫어하더라'고 말했다”고 검찰에 말했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10월 캠프 민생안전특별본부 본부장에 임명됐다.

17320871527605.jpg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윤석열 후보가 명태균씨 소개로 지역 인사들과 인사 중이다. 윤 후보 뒤쪽에 지방선거 공천을 바라고 명씨 측에 돈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배모씨(왼쪽)와 이모씨가 서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공천은 ‘대선 지원 대가’?…檢 수사 어디로 향할까

명씨가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원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다. 명씨는 무상 여론조사 등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원한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단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김 전 의원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 녹음도 이미 나왔다.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전화로 말한 내용이다. 시기는 2022년 5월 9일로 김 전 의원 공천이 확정되기 바로 전날이다.

17320871529036.jpg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왼쪽)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각각 대기 장소인 창원교도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20일 이 녹음 원본으로 추정되는 파일의 흔적이 남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명씨 측과 함께 포렌식 중이다. 김 전 의원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로, 명씨가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이 파일을 전송한 기록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명씨 측은 “해당 컴퓨터는 공용 컴퓨터”라고 말했지만, ‘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47)씨는 “명씨가 전용으로 사용하던 컴퓨터였다”고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43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