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가 배에 손만 대도 임신"…천주교 교인들 16억 뜯은 7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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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사기 혐의 징역 10년 선고
자신을 신격화해 치유 능력이 있다고 속여 천주교 교인 10여명에게 9년간 16억원을 가로챈 70대 사이비 종교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김서영 판사는 2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70·여)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4년 7월~2022년 4월 자신이 주최한 사적 기도 모임에 참여한 B씨 등 교인 14명에게 일명 '속죄 예물' 명목으로 1만113차례에 걸쳐 본인과 아들 계좌 등으로 16억72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씨 등에게 자신을 예수님에 빗대며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영적 능력을 받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네가 죄를 지어 몸이 아프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니, 조상 죄까지 속죄하지 않으면 자손에게까지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며 "속죄 예물을 바치면 아픈 것이나 어려운 일이 해결된다"고 거짓말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생활비 등으로 썼다.
A씨는 재판 내내 "피해자들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기도를 통한 결과를 약속하지 않았고, 내가 신령한 능력이나 특별한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이야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봉헌했다"며 "외려 기도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봉헌 횟수나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고 항변했다.
"피해자 절박한 상태 이용"
그러나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4~2021년 A씨가 기도 모임에서 한 강론과 통화 녹취록 등을 근거로 삼았다.
녹취론엔 A씨가 "나를 믿지 않으면 성령 모독으로 영영 구원받을 수 없다" "내가 위암·자궁암 말기 환자였는데 하나님 뜻으로 별다른 치료 없이 나았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가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진단해 환자들이 '하나님을 봤다'며 나에게 치유를 부탁했다" "내가 배에 손만 대줘도 임신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중엔 A씨가 자기 집에 있는 예수님 그림에 코로나바이러스 모양 성혈(예수님 핏자국) 표징이 있어 코로나19 사태를 예상했다는 발언도 포함됐다.
피해자 상당수는 자신이나 가족이 조울증·우울증 등 정신병을 비롯해 뇌종양·청각장애 등 현대 의학으로 완치되기 어려운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사태로 배우자 사업이 파산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에 이들은 다른 교인 소개로 A씨 기도회에 참여했다. 이후 A씨가 다른 사람을 낫게 해준 기적적인 사례를 얘기하고, 사람들에게 안수해 주면 다 같이 '아멘'이라고 하는 분위기여서 A씨를 더 믿게 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안수(按手)는 기도할 때 주례자가 신자 머리 위에 손을 얹는 것을 말한다.
조사 결과 A씨는 1983년 8월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약 40년간 평범한 교인으로 활동했다. 천주교에서 전문적인 교육·수련을 받은 적이 없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해 5월 A씨를 파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에게 치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의 절박한 상태를 이용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이라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되는 사실관계까지 부인하는 데다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피해 복구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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