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상무장관에 '고관세 신봉자'…트럼프, 관세전쟁 방아쇠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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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9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의 상무장관으로 투자은행 ‘캐너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이자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러트닉을 지명했다.
러트닉은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인 고관세 정책의 추종자다. 트럼프는 이날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지명하며 “러트닉이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끌게 된다”며 사실상 관세까지 총괄하는 ‘수퍼 상무장관’ 역할을 부여했다.
무역·관세 총괄 ‘수퍼 상무장관’…“관세전쟁 예고”
상무장관 지명 발표가 나오자 미국의 정·재계가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가 “러트닉이 추가적으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맡게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USTR은 미국의 통상교섭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정부기관으로, 상무부와는 별개다. 미국 언론들은 USTR을 상무장관이 관할한다는 의미에 대한 확인 요청을 했지만, 정권 인수팀은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현지 소식통은 “발표 직후 각국 정부가 급하게 법률 검토를 했다”며 “단순화하면 USTR는 중국 등 특정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보복 관세 등을 설계 및 집행하고, 상무부는 자국 내 산업 보호를 위해 철강 등 특정 제품군 등에 대한 관세 정책을 맡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률 개정이 없다면 직제상 두 기관을 통합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트럼프가 두 기관의 역할을 상무장관 산하로 통합한다면 러트닉이 맡게될 상무부는 트럼프가 예고한 고관세 정책의 '헤드쿼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60% 관세와, 전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를 공약해왔다.
재무장관 인선 ‘불협화음’…트럼프 직접 교통정리
러트닉은 1983년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해 29세 때 회장에 오르며 ‘셀러리맨 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다.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억만장자 금융인으로, 트럼프에게 막대한 선거자금을 후원했다. 일찍부터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사를 주도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뉴욕 유세에서 “미국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만 있었던 20세기 초에 가장 번영했다”고 주장했을 정도의 ‘관세 만능주의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트닉은 당초 경제수장으로 불리는 재무장관 최종 후보 2인으로도 거론돼왔다. 그러다 또 다른 유력 후보였던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 사이에서 상호 비방 등 불협화음이 노골적으로 터져나오자 트럼프는 재무장관 인선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는 동시에 러트닉을 재무장관이 아닌 상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일종의 ‘교통정리’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다
예정에 없던 인사…‘개국공신’ 도미노 이동
다만 예정에 없던 상무장관 발탁에 따른 ‘도미노 이동’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유력한 상무장관 후보였던 린다 맥마흔 인수팀 공동위원장이 이날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트럼프는 이날 맥마흔을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하며 대학교 이사직 경력 등을 소개하며 교육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고 강조했지만, 맥마흔의 전반적인 이력은 교육 분야와는 거리가 있다.
맥마흔은 남편 빈스 맥마흔과 함께 ‘미국프로레슬링엔터네인먼트(WWE)’를 설립했고, 프로레슬러로 뛰기도 했다. 트럼프의 대표적 ‘충성파’로 1기 행정부 때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다. 이번 대선 때는 ‘실세 싱크탱크’로 부상한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이사회 의장으로 트럼프의 정책을 설계하고 구체화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특히 트럼프 스스로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던 교육부에 맥마흔을 배치하면서 일각에선 “맥마흔이 경쟁에서 밀렸거나, 양보를 요청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가 압력 가능성”…‘경제수장’ 면접부터 재시작
러트닉과 함께 경제수장 후보로 거론되던 베센트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 현지 소식통은 “트럼프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월가가 ‘강경 관세주의자가 경제수장을 맡으면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관세정책의 설계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가 재무장관 하마평에서 일찌감치 사라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는 이번주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새로운 재무장관 후보자들을 직접 불러 직접 면접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새 후보군으로는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CEO, 빌 해거티 상원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의 관세정책에 대한 성향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수지까지 고려해 관세 부과 가능성”
트럼프 1기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때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마이클 비먼 전 USTR 대표보는 이날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무역 불균형뿐 아니라 경상수지의 대규모 불균형, 통화 문제 등이 관세를 부과할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기준에 따라 누가 벌금(관세)을 물게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500억 달러다. 6월말 기준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7%를 기록해 미 재무부의 평가 기준인 3%를 넘는다. 여기에 최근 재무부가 의회에 보고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비번은 트럼프가 공약한 보편적 관세에 대해서도 “내가 드는 강한 느낌은 트럼프가 관세에 정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의 수장으로 메흐멧 오즈 박사를 지명했다. 그는 2009년부터 10여년간 건강정보를 다루는 TV프로그램을 진행해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의료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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