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반중 언론사주 "트럼프가 홍콩 국보법 막아주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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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수감된 지미 라이 홍콩 빈과일보 창업자가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로이터

21일 대표적인 홍콩 민주파 인사인 지미 라이(77) 전 빈과일보 창업자가 지난 2020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국가보안법의 시행을 막아 줄 것을 기대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지난 2020년 12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감된 지미 라이는 외국세력과 결탁해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한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고 홍콩 매체는 보도했다.

라이는 이날 법정에서 “빈과일보 국제부가 뉴욕타임스와 CNN의 입장에 동조하는 데 개입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협조로 홍콩 국가안전법의 시행을 저지해야 할 필요가 생기면서 트럼프를 겨냥하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전날 재판에서 라이는 “트럼프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중국에 전화하거나,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하거나, 뭐 그런 식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홍콩 검찰은 라이를 지난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모자로 지목하고, 2019년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남, 그가 소유한 미디어를 통한 선동적 자료를 게시한 음모 등을 내세으며 외국 세력과 결탁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홍콩 당국은 또 라이가 중국과 홍콩에 대한 제재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지목했다. 라이는 전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에게 홍콩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며, 정보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수감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라이의 법정 증언이 이뤄진 이날 재판은 지난 19일 홍콩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45명의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뒤 하루 뒤에 열리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라이는 전날 증언에서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을 중국 당국이 유혈 진압한 게 빈과일보의 창간 계기라고 밝혔다. 그는 “저와 같이 돈을 번 기업가가 (자유를) 전달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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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지미 라이 홍콩 빈과일보 창업자의 첫 법정 증언이 이루어진 재판장 바깥에 외국 취재 기자들이 몰려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태어난 지미 라이는 1960년 마카오를 거쳐 홍콩으로 건너갔다. 1980년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했다.

1990년 지오다노의 일부 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홍콩 넥스트미디어그룹과 산하의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지난 2014년 홍콩 우산혁명과 2019년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당시 시위대를 옹호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다만 라이는 법정에서 홍콩 독립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빈과일보는 폭력에 반대한다”며 “당시 홍콩 독립은 음모일 뿐 실현할 수 없는 미친 생각이라며, 빈과일보에 홍콩 독립과 관련된 내용 게재를 용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이의 재판은 외교 이슈로 확대될 조짐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월 팟캐스트에 출연해 “당선되면 라이를 중국 밖으로 꺼낼 수 있다”며 “간단하다”고 말했다.

영국 국적인 라이의 장기간 수감 샹활에 영국도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열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지미 라이의 옥중 건강 악화에 대한 보도에 우려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미 라이는 반중세력의 대리인이자 앞잡이”라며 “누구라도 ‘자유’라는 기치를 내세워 불법 활동에 가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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