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두산의 겨울방학 숙제…‘포스트 허경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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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숙제가 생겼다. 내년 시즌에 활약할 새로운 주전 3루수를 찾아야 한다. 오랜 기간 붙박이 3루수로 뛰던 허경민(34)이 최근 KT 위즈로 이적하면서 내야에 큰 공백이 생겼다.
허경민은 2009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1라운드(전체 7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2015년부터 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발돋움해 10년 동안 두산의 3루를 책임졌다. ‘두산 왕조’의 주축 멤버 중 하나였고, 동기생 정수빈(두산)·박건우(NC 다이노스)와 함께 ‘1990년대생 삼총사’로 불리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허경민이 지난 8일 KT와 4년 최대 40억원(계약금 16억원·연봉 총액 18억원·옵션 6억원)에 사인하면서 16년 만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승엽 감독은 “우리 구단도 허경민의 잔류를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고 들었다. 그래도 허경민의 선택은 존중해야 한다”며 “허경민이 계약 발표 전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KT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부 두산팬은 허경민의 선택에 큰 실망감을 표현했다. 허경민은 2021년 처음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때 두산과 4+3년 최대 85억원에 계약했다. 4년 뒤 두산 잔류를 택하면 2025년부터 3년간 총액 20억원을 받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고심하던 허경민은 FA 시장에 나와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로 했고, 결국 좋은 조건을 제시한 KT로 이적을 결심했다.
그래도 이 감독은 “허경민이 언제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였다는 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두산과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서로를 응원하면서 작별했다. 누구보다 두산을 사랑하는 선수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허경민을 거듭 감쌌다.
이제 두산은 3루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하면서 ‘포스트 허경민’이 될 만한 후보를 여럿 찾아냈다. 붙박이 주전 선수의 이탈은 팀에 위기지만, 늘 그늘에 가려 있던 젊은 유망주들에게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다. 이승엽 감독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선수들이 허경민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욕심을 내줬으면 좋겠다”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내년 시즌 두산 내야에서 ‘주전’ 자리를 확정한 선수는 올해 2루수로 뛴 강승호(30) 한 명뿐이다. 이 감독은 “강승호가 이전 소속팀(SSG 랜더스)에서 3루수를 맡은 적이 있다고 들었고, 선수 본인도 3루 수비를 할 수 있다고 했다”며 “그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면, 여동건·이유찬을 2루수나 유격수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내야진 운영에 한결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승호는 올해 데뷔 후 가장 좋은 타격 성적(타율 0.280·홈런 18개·81타점)을 기록하고도 유망주들과 함께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맡을 수 있는 올해 신인 여동건도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내년에는 당장 주전이 아니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내야수로 내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 감독은 “전민재·이유찬·박준영은 올 시즌에도 3루수로 뛴 적 있다. 박지훈과 여동건도 (주전 자리를 다툴 만한) 후보”라며 “내년 시즌 개막 전까지 코치진과 면밀하게 상의해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고 한다. 그때까지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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