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도광산 추도식에 日차관급 인사 참석…야스쿠니 참배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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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의 도유 갱도. 갱도 안에는 작업하는 65개의 사람 모형이 있다. 사람이 다가가면 센서가 작동해 인형들이 “술 마시고 싶다”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광산의 한반도 출신 노동자 관련시설 유적지 안내도. 김현예 특파원

오는 24일 일본 니가타현에서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의 차관급 인사가 참석한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동시에 해당 인사는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했던 인물이란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도광산 강제노역에 대한 일본 측의 사죄와 반성의 의미를 담아야 할 추도식의 취지를 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22일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정무관이 23~24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사도시를 방문한다”며 “방문 기간 (사도광산)추도식에 참석하고 사도광산 시찰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외무성 정무관은 외무상과 부대신 바로 아래 직책으로, 한국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인사다.

앞서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24일 오후 1시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을 연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 중앙 정부 차원의 고위급 인사 참석을 일본 측에 요구해왔다. 일본 정부는 참석 인사에 대한 발표를 차일피일 미뤄오다가 추도식 이틀 전에야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을 공개했다.

정부 고위직은 맞는데…야스쿠니 참배 이력

일단 한국 측이 요구한 ‘중앙정부 고위직’이란 요건에는 맞지만, 이쿠이나 정무관의 과거 언행을 비춰볼 때 사도광산 추도식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2022년 참의원(상원) 의원으로 처음 당선됐다. 참의원 당선 직후인 2022년 8월 15일(일본 측 패전일)에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그는 또 언론 인터뷰에서 강제징용·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일본 걸그룹 ‘오냥코 클럽’ 멤버 출신 아이돌이자 배우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달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2기 내각에서 외무성 정무관으로 임명됐다. 외무성에는 이쿠이나 외에도 마츠모토 히사시·에리 아르피야 등 두 명의 정무관이 더 있다.

외교부, 언론 브리핑 취소 후 대응책 고심 

외교부는 22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추도식 참석과 관련해 언론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쿠이나 정무관의 파견이 발표된 이후 이를 취소했다.

이는 그 자체로 이번 추도식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드러냈다는 해석을 낳는다. 정부로서는 일본 정부가 고위급 인사 참석을 결정한 부분에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논란이 되는 인물의 참석을 문제 삼을지에 대한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전자에 의미를 둔다면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의 반발과 한국 내 여론 악화 등이 따를 수 있다. 후자에 방점을 둘 경우 어렵사리 성사된 사도광산 추도식이 ‘반쪽 추도식’이 되거나, 추도식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이번 추도식에는 한국 측에선 박철희 주일본 한국대사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사도광산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 11명도 추도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추도식 日정부 메시지, 또다른 뇌관 

이쿠이나 정무관 자체보다 24일 그가 발표할 추도사에 담길 일본 정부의 메시지가 더 큰 뇌관일 거란 시각도 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한국인 피해자를 기리는 표현을 담거나 최소한 이전 정부의 사죄·반성 태도를 계승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한 축하나 감사 표현만 담긴다면 유족들이 크게 반발할 여지가 있다. 사도광산 노역의 강제성을 희석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위원국 21개국의 전원 합의(컨센서스)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따라 사도광산 인근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강제노역 관련 전시물을 설치했고 매년 추도식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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