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5월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검찰이 홍원식(74) 전 남양유업 회장에 대해 200억원대 횡령·배임 의혹과 2021년 ‘불가리스 사태’ 당시 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용식)는 22일 홍 전 회장과 박모 전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수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8일과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번 수사는 지난 8월 남양유업의 고소로 시작됐다. 경영권 분쟁 끝에 60년 만에 한앤컴퍼니로 최대주주가 바뀐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 등 3명을 회삿돈 201억2223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홍 전 회장의 주거지와 집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는 횡령 혐의 외에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도 적시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액은 201억원보다 늘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이 해외여행과 미술품 구매, 묘지 관리 등에 드는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하고 차량과 법인카드 등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납품업체로부터 사업 수주의 대가로 뒷돈을 받거나 유령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거둬 사익을 취한 혐의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이 2021년 ‘불가리스 사태’ 당시 남양유업 관계자들에게 “휴대폰을 없애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보했다. 불가리스 사태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연구 결과를 허위 홍보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홍 전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고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이광범 전 대표와 남양유업 법인 등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식품광고표시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각 2000만원, 5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홍 전 회장도 사태에 관여했다고 보고 식품광고표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홍 전 회장의 아내 이모씨와 두 아들 홍모씨의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도 확인했으나 별도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