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사 없다" 환자 거부한 대학병원…法 "응급의료법 위반…
-
1회 연결
본문
추락 사고를 당한 환자에게 “신경외과 의사가 없다”며 수용을 거부한 대학병원의 대응은 응급의료법 위반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A 대학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A 병원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3월 대구의 한 건물 4층에서 추락한 17세 여성을 구조한 구급대는 A병원에 전화를 걸어 진료를 문의했다. 먼저 환자를 이송해갔던 두 곳의 다른 병원에서 각각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라” “중증외상이 의심되므로 권역외상센터에 확인하라”는 권유를 받자 A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게 된 것이었다.
구급대는 응급의료센터장에게 “시내 병원도 다 안 돼서 그러는데 머리 쪽 부종, 발목 쪽 (통증을 호소하는) 폴다운(낙상) 추정 환자 수용이 혹시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센터장은 “신경외과는 전혀 안 된다. 의료진이 없다”고 답했다. 구급대는 이후 다른 병원들에도 전화했으나 “수술 환자들이 많다” 등의 이유로 거부당한 후 다시 A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대구시 전역에 다 안 되고 있어서 1시간째 돌고 있다. 혹시 진료가 가능하냐”고 물었고 센터장은 재차 “신경외과 스태프들이 없다. 이거 나오면 감당이 안 된다”고 답했다.
결국 환자는 또 다른 병원을 찾아 이송 중이던 구급대 차 안에서 오후 4시 30분쯤 심장 박동이 멈췄다. 구급대가 환자를 발견한 오후 2시 14분으로부터 2시간여 동안 아무런 진료도 받지 못한 채였다. 심장박동 회복 처치가 시도됐으나 환자는 이날 오후 6시 27분 최종 사망했다.
이에 복지부는 열흘간 조사 끝에 A 병원의 대응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다’는 응급의료법 48조의2를 위반했다고 보고 6개월간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했다. 이에 A 병원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다른 병원을 추천을 했을 뿐,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소를 제기하게 됐다.
법원은 “A 병원이 이 사건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란 응급처치 이외에 상담·진료 등도 포함한다. A 병원은 환자에 대한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구급대원이 통보한 환자의 상태만을 기초로 응급환자 여부를 결정한 다음 수용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병원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 현실적인 치료가 불가능했다”는 병원 측 주장에도 법원은 “A 병원 응급실은 시설 및 인력 등에 여력이 있어서 일단 이 사건 환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단순히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재중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처음부터 수용 자체를 거절한 의무 해태가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응급의료는 일반 의료서비스와 달리 의료·공중보건·사회안전 등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대표적인 공공의료 분야이자 사회안전망”이라며 “A 병원은 여력이 있었음에도 만연히 수용을 거듭 거절함으로써 결국 응급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