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복현 금감원장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입장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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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기업 경영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당초 상법 개정 추진을 먼저 주장했던 이 원장이 정부 측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복현 “상법 말고 자본시장법 개정”
이 원장은 28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와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 논의는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분할 등을 발단으로 시작했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주주 보호 원칙을 자본시장법에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등에 사안이 있을 때 적정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100만여개의 비상장법인까지 모두 적용하는 상법 개정 대신 2400여개 상장사로 한정해 주주보호 원칙을 신설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는 재계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정부·여당 맞춰 입장 바뀌어
이 원장이 공식적으로 상법 개정에 반대하면서 말 바꾸기 논란은 불가피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이전까지 상법 개정을 앞장서 주장해왔다. 지난 6월엔 “금감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서 입장이 명확하다”고 했고, 8월에도 “상법학계에선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동일하고, 기업의 충실 의무 대상인 회사에 주주의 이익이 포함되어 있다는 견해가 다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입장 변화에 대해 이 원장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증상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이 정부와 여당에 발맞춰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조정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우리금융 검사 결과 연내 발표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선 “(손태승) 전 회장과 유사한 형태의 불법대출이 현 (임종룡) 회장과 현 (조병규) 행장 재직 시절에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불법대출이 이사회에 보고됐는지, 이사회의 통제 기능이 작동했는지 등을 점검해 다음 달 중 검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이 최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지만, 책임 소재를 끝까지 묻겠다고 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7일부터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도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압수수색하는 등 부당대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영풍 회계 부적정 본격 조사
이 원장은 이날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과거엔 당국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중심으로 고민했는데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특정 산업군은 20~30년 길게 봐야 하는데 5~10년 이내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의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되면 분리 매각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 주주 가치 훼손 있을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이 원장이 사모펀드(PEF)의 기업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는 풀이가 나온다.
금감원은 영풍 측의 환경오염 손상차손 미인식과 관련한 회계상 문제를 발견해 이번 주부터 감리로 전환했다. 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현장조사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 원장은 “신속히 회계 부적정 처리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며 “시장 교란 행위와 관련해선 (고려아연이나 MBK‧영풍) 어느 쪽이 됐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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