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설에 연탄 배달도 중단…난방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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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새벽부터 이틀째 이어진 폭설에 수도권 일대 연탄 배달이 중단돼 난방 취약층 시민들과 소상공인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배양동에서 수원·화성·용인 권역에 연탄 도소매업을 50년째 하는 대성연탄 한상권(66)씨는 “충북 충주 연탄공장에서 가져온 연탄 수천장을 출고하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하루에 1500~2000장씩 배달을 하다 눈 폭탄에 도로 사정이 열악해 올해 처음 배달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수원시 영화동에서 식당을 하는 황모(60대)씨는 “지난해 겨울 쓰고남은 묵은 연탄 12장이 전부”라며 “내일이나 모레 올겨울 쓸 연탄 400장을 받기로 했는데,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황씨 식당에선 연탄난로에 하루 3~4장 연탄을 때 난방 연료비를 줄이고 있다.
팔달구 지동 경사가 심한 골목 끝 40년 된 구옥에 거주하는 이모(70)씨는 “자동차가 못 들어오는 좁은 골목길이라 300~400m 떨어진 큰길에 연탄을 내려주면 옮겨야 한다”며 “요즘 연탄은 한 장에 1000~1200원인데, 한 번에 500장씩 주문하고 때가 안 맞아 눈이 오면 배달을 안 해준다”고 말했다. 이씨가 거주하는 지동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30.22%로 전국 평균(19.2%)을 상회하고 수원시 행정동 44개 중 가장 높다.
연탄을 때는 차상위·기초생활수급자 가구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가구 당 연 54만6000원어치 연탄을 현물로 지원한다. 월동 준비 기간인 10~11월 연탄 에너지바우처(쿠폰)를 지급받은 차상위·수급자 가구에서 지자체나 도소매 업체에 연탄 지원을 요청하면 지급하는 방식이다.
장안구 이목동에 거주하는 A씨(73)는 “탄광회사(공단)에서 보내주는 연탄 640장이 없으면 도저히 겨울을 날 수 없다”며 “그렇다고 너무 많이 줘도 보관할 곳이 없어 내년 4월까지 하루에 3~4장 2구짜리 연탄 난로에 아껴 땔 계획”이라고 했다.
사회복지재단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난방 연료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지난해 기준 7만4167가구로 전체 가구의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 대구,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선 등유, LPG 등 난방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연탄으로 회귀하는 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공단이 연탄 쿠폰을 통해 지원한 가구 수도 2022년 4만1337가구에서 지난해 4만2398가구로 1061가구 늘었다. 지원 금액 또한 221억8600만원에서 229억3100만원으로 상승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목사)는 “가구 당 월에 150~200장가량 연탄을 떼기 때문에 이 시기에 보통 배달을 하는데, 어제 눈이 와서 경사가 심한 곳이나 비닐하우스 마을 배달은 엄두도 못 냈다”며 “기름(난방유) 값이 감당 안 돼 연탄을 떼는 사례가 있는 만큼 필요로 하는 곳을 위해서 연탄 수급이 원활히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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