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선박, 닻 내리고 운항? 발트해 해저케이블 절단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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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발트해의 해저케이블 절단 사건이 중국 선박의 고의적인 소행이라는 유럽 수사당국의 주장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유럽 수사당국의 조사관들을 인용해 “러시아 비료를 실은 이펑 3호가 지난주 발트해 바닥에 닻을 100마일 이상 끌면서 두 개의 중요 데이터 케이블을 고의로 절단했다”고 전했다.
선박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이 배는 지난 17~18일 발트해의 두 케이블이 각각 절단된 때 부근을 지나간 것으로 포착됐다. 앞서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코틀란드섬을 연결하는 218㎞ 길이의 ‘BCS 동서 인터링크’ 해저케이블과 핀란드 헬싱키와 독일 로스토크항을 연결하는 1200㎞ 길이의 ‘C-Lion1’ 해저케이블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절단된 채 발견됐다.
사건을 조사 중인 유럽 당국이 검토한 위성 등 데이터에 따르면, 이 선박은 17일 오후 9시쯤 닻을 내린 채로 스웨덴 해역에서 운항했다. 이때 첫 번째 케이블(리투아니아-스웨덴)이 끊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닻을 내린 채 약 111마일 이동한 선박은 18일 오전 3시쯤 두 번째 케이블(핀란드-독일)을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그재그로 운항하며 닻을 올리고 운항을 이어갔다. 사고 시간대에 선박의 트랜스폰더는 꺼져 있었다.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운항 데이터를 기록하고 송수신하는 장치다.
유럽의 한 고위 조사관은 WSJ에 “선장이 닻을 끌면서 몇 시간 동안 (선박의) 속력을 잃고, 케이블이 끊어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고의성이 짙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경찰청도 이날 성명에서 “고의로 손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범죄 분류는 방해 행위이지만 변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선박은 발트해에서 북해로 빠져나가기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발트해 국가들의 전함에 포위돼 현재 발트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카테가트 해협에 정박해 있다고 WSJ가 전했다. 선박의 소유주인 ‘닝보 이펑 해운’은 조사에 협조 중이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법에 따라 모든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당국은 당초 선박의 출발지가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이었다는 점을 주목하며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독일과 핀란드 외무장관은 20일 공동성명을 통해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에 대한 의심을 즉시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스웨덴과 리투아니아 국방장관도 같은날 “이런 상황들은 우리 주변에 대한 러시아의 증가하는 위협을 배경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크렘린궁 언론실은 WSJ에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부인했다. 미국 정보 당국 또한 케이블이 고의로 절단된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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