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트럼프 "출생시민권 폐지" 공약에…막차 노리는 원정출산 꼼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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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과정에서 ‘트럼프’를 언급하는 사람이 10명 중 6명꼴이다. 걱정 섞인 목소리로 찾는 분이 늘었다.
서울 강남에서 약 20년 동안 원정출산 알선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산모들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관련 문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폐지를 우려한 파장이다. 앞으로 원정출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에 막차를 노리는 꼼수 원정출산족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A씨는 말했다.
강도 높은 이민 정책을 예고했던 트럼프의 당선에 국내 원정출산 알선·연계 업체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는 주로 한국 국적의 임산부가 미국·캐나다 등에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해당 국가의 시민권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을 돕는다. 대부분 90일 무비자(ESTA) 시스템으로 로스앤젤레스(LA)·하와이·괌 등으로 가게 한다. 드는 비용은 수천만 원에서 최대 1억여 원에 달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 ‘어젠다 47’에는 취임 첫날(2025년 1월 20일) 불법체류자 아동(Children of Illegals)의 시민권과 출산 관광(Birth Tourism)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부모 중 최소 1명이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여야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도록 계획도 포함돼있다. 다만 NBC 등 미 언론은 공약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보장된 출생시민권 폐지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정출산족이 불안해하는 건 트럼프 1기였던 2020년 관광비자인 B1과 B2 심사 규정이 강화돼 원정출산이 사실상 제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비자면제협정에 따라 90일 동안 무비자로 미국에 머물 수 있어 당시 제재에서 비껴갔지만 더 강력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원정출산 준비 카페나 오픈채팅방에서도 만연하다. 원정출산을 준비하는 한 30대 여성은 “준비하는 데 거의 1억원 가까이 썼는데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30대 남성은 “트럼프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보니 아내에게 더 어려워지기 전에 결단해야 할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정출산은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법률적으로 막을 장치는 없다. 국적법 제12조 제3항 등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현역 복무를 마치는 등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만 국적 이탈신고를 할 수 있다”며 병역기피를 금지할 뿐이다. 주한 외국인 학교 입학 자격, 미 공립대학 학비 면제 등 교육적 혜택 등을 이유로 원정출산은 여전히 편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영리 센터인 미국이민정책센터(CIS)가 2019년 국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원정 출산 규모는 3000명~500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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