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따뜻한 라면 먹고 가세요”…광주 무료 식당 ‘함께라면’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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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누구든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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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의 한 횟집 옆에 나눔 식당인 '함께라면'이 문을 열었다. 이 곳은 쉬는 날 없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로 라면을 제공한다. 황희규 기자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무료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나눔식당'이 광주광역시에 문을 열었다.

30일 광주 광산구 등에 따르면 광산구 우산동에 있는 ‘청정바다회’ 횟집 내에 나눔식당 ‘함께라면’이 지난 28일 개점했다. 이 식당은 횟집을 운영하는 조정선(58)씨가 기존 가게 일부를 분리해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식당 앞에 내걸린 ‘셀프 무료 급식소’ 현수막에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 끼,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함께라면 식당을 차리는 데는 조씨 개인 돈 200여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밥과 반찬도 무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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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의 한 횟집 옆에 나눔 식당인 '함께라면'을 찾은 주민들이 라면을 무료로 먹고 있다. 이 곳은 쉬는 날 없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로 라면을 제공한다. 황희규 기자

함께라면 식당에는 49.5㎡(15평) 정도 되는 공간에 30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또 라면 8개를 한 번에 끓일 수 있는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도 설치됐다. 식당 안에 있는 밥통 2개와 반찬통에는 따뜻한 밥과 김치·단무지·무말랭이·콩나물무침 등이 담겨 있다. 개점 첫날부터 이곳에는 라면을 끓어 먹으러 오는 주민 발길이 이어졌다.

함께라면은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향후 토요일 이용자가 50명을 넘어설 경우 토요일마다 특식도 제공된다. 식당 측은 횟집에서 판매하는 점심 메뉴인 꼬막비빔밥·멍게비빔밥· 낙지비빔밥 등 50인분을 함께라면에서 나눌 계획이다.

조씨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와서 무료 식당을 이용했으면 좋겠다”라며 “체력이 되지 않아 횟집 문을 닫을 때까지 나눔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끼니 거르는 주민 소식에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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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의 한 횟집 옆에 나눔 식당인 '함께라면'이 문을 열었다. 이 곳은 쉬는 날 없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로 라면을 제공한다. 황희규 기자

조씨는 인도 출신 노동자인 20대 청년이 끼니를 거른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라면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조씨는 “(노동자가)근무하는 중소기업에서 6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해 가끔 끼니를 거른다”는 말에 나눔식당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조씨 횟집이 지난 1월 화재로 전소한 것도 함께라면 탄생에 계기가 됐다. 당시 조씨가 가게를 복구하기까지 2억원이 넘는 돈을 마련하는 동안 이웃 주민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조씨는 “금전적 도움은 아니더라도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만큼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눔식당 운영 소식에 “우리도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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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의 한 횟집 사장 조정선(58)씨가 나눔 식당인 '함께라면'의 문을 열고 후원자 명단을 게시하고 있다. 이 곳은 쉬는 날 없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로 라면을 제공한다. 황희규 기자

함께라면이 문을 연 후 인근 상가에도 나눔식당이 확산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근 지역 내 추어탕 식당과 식육식당 등이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두 식당은 내년 1월부터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함께라면 음식점이 열리자 주민들도 먹을거리를 기부하고 있다. 함께라면 개소식에 참석한 일부 주민은 조씨에게 “나눔식당을 열어줘서 고맙다”라며 라면박스 등을 들고 찾았다. 마을단체 등이 후원한 라면 40박스와 귤 4박스, 키친타올 등이 수북이 쌓이기도 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에서 주민은 물론이고, 소상공인 마저 힘든 데 자발적으로 나눔문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구청 차원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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