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방뇨’는 해고 사유가 될까요, 안될까요.
최근 일본에서 노상방뇨로 회사에서 해고당한 한 트럭 운전사와 관련된 재판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법원은 1심에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운전사를 해고한 운송회사가 항소하고 나서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해고당한 남성의 사연, 전해보겠습니다.

이야기는 2년 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50대의 한 남성 트럭운전사.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일을 마치고 편의점 주차장으로 트럭을 몰았습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선잠에 빠진 남성. 두시간 반 남짓 자고 일어난 이 남성은 급한 요의를 느꼈습니다. 눈앞에 있는 편의점. 일본에선 한국과 다르게 편의점 내에 화장실이 있는데요. 손님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성이 택한 건, 편의점 화장실이 아니었습니다. 차에서 급히 내린 남성은 그만 노상방뇨를 합니다. 자신의 트럭 옆에 다른 트럭이 주차돼 있으니,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던 겁니다.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는 무관. 지난 7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 거리를 행인들이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 한 번의 노상방뇨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뒤 목격자가 나타나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힌 겁니다.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목격자의 신고엔 ‘사진’까지 있었던 터라, 발뺌할 수도 없었습니다. 운전사는 “앞으로 기저귀라도 차고 차를 타겠다”며 시말서를 썼습니다. 회사는 목격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사과’를 했습니다. 회사는 회사 로고가 박혀있는 트럭을 몰고, 사원복까지 입은 상태에서 노상방뇨를 한 직원의 잘못을 그 정도로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시말서에 이어 해고를 한 것이지요.

회사의 이유는 이랬습니다. “식사 중에 목격해 불쾌감을 느꼈다”는 목격자의 불만 외에도 불과 수백m만 더 가면 회사의 영업소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사를 받는 운전사의 태도도 문제가 됐습니다. “트럭 운전사라면 한두 번쯤은 노상방뇨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고 판단한 회사는 결국 취업규칙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해고를 결정했습니다. 이 직원은 한 달 60만엔(약 550만원)에 달하는 월급을 하루아침에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동료들은 “지나치다”며 그의 편에 섰지만, 그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재판 외엔 없었습니다.

일본 도쿄의 도심 풍경. 중앙포토

1심인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운전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를 사유로 해고까지 한 건 “사회 통념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 남성이 “편의점 화장실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한 것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법원은 “소변이 트럭에 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회사 차량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행위”라고 노상방뇨를 꾸짖었습니다.

일본 네티즌들 생각은 어땠을까요. 한 네티즌은 “법원 판단이 지극히 정당하다”면서도 음주운전에 의한 해고를 언급하며 “사회통념은 시대와 함께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10년 뒤 같은 재판이 있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29일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 매대에서 커피 컵 사이즈를 골라 지불한 뒤 별도 커피 기계에서 사이즈에 맞게 직접 버튼을 눌러 커피를 살 수 있도록 해놨다. 김현예 특파원

일본에서 사회통념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처음은 아닙니다. 올 초에 한 일본 언론에선 편의점 커피를 사면서 지불한 금액보다 더 많은 양의 커피가 나오는 버튼을 누른 한 교감 선생님이 파면당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편의점 매대에서 커피 컵 사이즈를 고른 뒤 돈을 지불하고, 별도 장소에 있는 커피 기계에 가져가 직접 버튼을 눌러 커피를 담아가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 선생님은 작은(S) 사이즈 커피를 고르고 110엔을 낸 뒤 큰 컵 용량의 커피 버튼을 눌렀던 겁니다.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일부 있지만, 한 일본 고교생은 “선생님이 그런 일을 하다니 충격”이라며 징계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이런 잘못을 절대로 저질러선 안 된다. 규칙(룰)을 지켜야 한다’는 일본인들의 시선이 담겨있는 겁니다. 노상방뇨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동안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