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노땅 술? 100억 투자 받았다…"전 세계를 홀딱" 이 술의 야심
-
1회 연결
본문
전통주에 꽂힌 문경회 신아주 그룹 부회장
지난 10월 전통주 ‘화산귀환 청명주’ 크라우드 펀딩이 오픈 5일 만에 3억원 이상을 달성하면서 화제가 됐다. 네이버 인기 웹툰 ‘화산귀환’ IP를 활용한 ‘화산귀환 청명주’는 주인공 ‘청명’이 애주가인 캐릭터임을 이용해 대한민국 1호 누룩 명인 한영석 한영석의발효연구소 대표가 만든 술이다.
1호 투자 대상은 한영석의발효연구소
웹툰 IP와 누룩 명인을 연결해 프로젝트를 기획한 곳은 전통주 큐레이션·유통 플랫폼 ‘대동여주도’다. LG 수입와인 부문에서 일했던 이지민 대표가 퇴사 후 와인 홍보·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다 전통주에 꽂혀 2014년 설립했다. 10년 전이면 ‘전통주=노땅 술’로 인식되던 때라 대동여주도도 시작은 소소했다. ‘술을 사랑하는 여성이 쉽게 풀어주는 전통주 이야기’라는 콘셉트의 만화가 대표 콘텐트일 만큼 술 좋아하는 이 대표의 ‘개취’가 주로 반영된, 일종의 블로그처럼 시작됐지만 지난 10년 간 전통주 대중화에 기여한 대동여주도의 노력과 활약은 눈부시다. 우리가 잘 몰랐던 국내 전통주 2000여 종을 세상에 알렸고, 양조장 300곳을 컨설팅 했다. 업계에서 ‘국민 주모’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대표는 국가 주요 행사의 전통주 자문도 도맡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정상 건배주, 세계지식포럼 만찬주, 청와대 명절 선물을 비롯해 2017년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만찬주도 이 대표의 추천이 선정됐다.
대동여주도는 올해 또 한 번 도약의 순간을 맞았다. 지난 9월 신아주 그룹으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 전통주 인큐베이팅을 목표로 한 대동여주도는 투자 1호 양조장으로 ‘한영석의발효연구소’를 선정해 지난 11월 4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문경회 신아주그룹 부회장이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세민 대동여주도 공동대표 때문이다. 7년 전 그룹의 수입차 딜러 사업 때문에 당시 폭스바겐에 있던 이세민 대표를 알았고, 술친구로 친해지면서 누나(이지민 대동여주도 공동대표)의 사업을 소개받았다. “‘밥은 남겨도 술은 남기지 말자’ 할 만큼 술을 좋아하면서도 전통주는 잘 몰랐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술이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죠.”(문경회. 이하 문) 소문난 주당이지만 대동여주도 투자를 고민하는 1년 동안은 습관적으로 마시던 술을 딱 끊었다고 한다. “내가 이 사업을 왜 하고 싶은 걸까? ‘술’과 ‘사업’을 냉철하게 고민하려면 맨 정신이 필요했으니까요.(웃음)”(문)
문 부회장이 사업가로서 예측하는 전통주 시장의 미래는 고무적이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맛있는 술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죠. 특히 요즘 한식 셰프들은 전통주 페어링을 원해요. ‘한식에는 한국 술’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지만 경영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니까요. 와인은 따는 순간 급격히 산화돼 보관이 어렵지만 전통주는 냉장 보관만 잘 하면 6개월~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고, 오히려 숙성이 진행되면서 맛이 더 좋아지죠. 또 와인은 생산지와 포도 품종에 따라 종류는 많지만 맛의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전통주는 쌀·밀·찹쌀·보리 등 기본 재료와 과일·허브 등 첨가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이 가능해요. 여러 종류 식사 메뉴와 페어링 할 때 이보다 적합하고 재미난 술이 있을까요?”(문)
오늘 모인 네 사람의 첫 번째 공동 목표는 수출이다. 2000억원 수준의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지만, 일단 판로를 개척하면 수출은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다. 전통주 인큐베이팅 사업 1호 양조장으로 ‘한영석의발효연구소’를 선정한 이유에도 이런 포석이 깔렸다. “한 대표님이 만든 술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누룩취가 없어요. 국제주류품평회 외국인 전문가들의 피드백도 호평 일색이라 프랑스, 뉴질랜드에선 이미 10만병씩 대량 발주가 들어왔지만 현재 양조장 시설과 시스템으론 역부족이라 거절하셨대요. 이번 투자금은 이런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고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쓰일 겁니다.”(이세민)
MZ세대·럭셔리 브랜드와 협업도 모색
“일단 말을 하고 나면 어떡하든 지키는 스타일이라(웃음), 우선 뉴욕 다이닝 시장에 전통주를 다 넣는 게 목표에요.”(이지민) 내년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에 거대한 한인 쇼핑몰이 오픈하는데 F&B 시설 중 한 섹션에 대동여주도가 큐레이션한 술이 들어갈 예정이다. 덕분에 미국 시장에서 우리 전통주가 유통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다. 지금 대동여주도와 한영석의발효연구소는 생주(냉장유통주)와 살균주(상온유통주)의 특장점을 비교 연구해 장기 유통이 가능하고 맛과 향이 좋은 술을 연구중이다.
이처럼 전통주를 깊게 연구하는 일이 이지민 대표의 몫이라면, 전통주를 활용한 넓고 다양한 콜라보 비지니스로 매니아를 확장시키는 것은 이세민 대표의 몫이다. 금융권과 수입차 시장에 오래 있었던 그는 전통주는 잘 모르지만 뛰어난 사업 감각으로 대동여주도에 합류하자마자 이전에 없던 웹툰 IP와의 콜라보 기획을 성공시켰다. “협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합니다. 전통주가 젊어진 만큼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는 모두 가능하죠. 개인적으로는 젠틀 몬스터 같은 MZ세대 아이콘 브랜드나 럭셔리 브랜드들과 협업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이세민)
비즈니스가 전부는 아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주(國酒)’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사케, 중국의 백주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품격을 갖춘 술, 전 세계인이 홀딱 빠질 만한 술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혼자 그 꿈을 꿨다면, 이제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 달리니 더 빨리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지민)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