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학 아닌데 교실 비었다…1등급 학생 몰린 400만원 '윈터스쿨&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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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붙은 의대 입시 홍보 안내문. 뉴스1

3학년 학생들이 졸업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다 같이 모일 수가 없어요. 학생들이 여행이나 단기 연수도 가지만, 학교에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학원에도 많이 다닙니다.

서울의 중학교 교사 A씨는 겨울방학을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현장 체험학습 제도를 악용해 학원에 가더라도 학교에선 개입하기가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방학이 다가올수록 출석 관리를 강조할 명분도 약해지고, 학생이 적어낸 사유가 실제와 같은지 전부 확인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의대 증원, 대입 변화에…400만원 윈터스쿨 ‘오픈런’

학원가에서 새 학년에 대비한 ‘윈터스쿨(겨울 특강)’이 개강하면서 아직 방학을 맞지 않은 학생들까지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예비 수험생인 고등학교 2학년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22일 입시업계의 올해 윈터스쿨 모집을 살펴보면 대형 학원이 개설한 프로그램은 접수를 시작한 10월부터 마감됐다. 오는 31일 개강하는 한 재수학원의 ‘의대 전문’ 기숙형 윈터스쿨은 접수 3분 만에 정원을 다 채웠다. 4주 프로그램 교습비가 한 학기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 402만 5080만원인데도 조기 마감되는 이른바 ‘오픈런’이 벌어졌다.

등록에 필요한 성적 기준은 까다로운 편이다. 내신의 경우, 국어·수학·영어 평균이 1.8등급 이내(수학 2등급 이내)여야 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꼭 의대를 목표하지 않더라도 최상위권 학생들이 전국에서 등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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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재수학원 교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년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윈터스쿨을 찾는다”며 “예비 고3은 의대 정원의 불확실성과 올해 수능에서도 확인된 ‘사탐런’ 현상 때문에 고민이 크고, 예비 고1·2는 2028 수능 개편으로 입시가 ‘새로운 판’에 들어갈 것이란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안 가고 주 3회 학원으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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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원의 윈터스쿨 공지에서 학교 출석에 관한 내용. 사진 홈페이지 캡처

학부모들은 겨울 방학을 ‘앞서갈 기회’로 본다. 등교를 포기하면서까지 자녀를 학원으로 보내는 이유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윈터스쿨 개강 후에 방학식까지 학교에 체험학습을 낼 수 있느냐”는 식의 문의 글이 수개월 전부터 올라왔다. 한 학원은 등록 공지에서 출결 관련 안내를 하면서 “학교 방학과 기간이 맞지 않더라도 보강은 어렵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중등 학원 강사는 “과고·영재고 합격생들은 12월부터 학교에 결석하면서 주말 포함 주 3회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초등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한 재수학원은 이달 초등·중등 과정을 개설하면서 설명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매년 반복되는 학년 말 ‘학사 파행’을 막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수요는 학교보다 학원으로 쏠린다는 방증이다.

학령인구 감소도 영향 “초등 고객부터 유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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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윈터스쿨 홍보. 사진 홈페이지 캡처

학원 입장에서는 윈터스쿨로 조기에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산도 깔렸다. 한 재수학원은 “윈터스쿨 이후에 내신부터 수능 대비, 논술 단과까지 학년별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윈터스쿨은 외국어고 붐이 일었던 2007년 본격적으로 많아졌다”며 “저출생으로 갈수록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원가에서 연령을 낮춰 수요자층을 확대하고 있다. 공교육 생태계에는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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