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버지 우즈만큼 자란 아들 찰리, PNC 챔피언십 공동선두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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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샷을 실수한 아버지는 걱정이 크게 없는 눈치였다. 자신의 캐디백에서 간식을 꺼내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들의 다음 티샷을 지켜봤다. 아버지로부터 신뢰를 받은 아들은 침착하게 페어웨이를 지켰고, 군더더기 없는 세컨드 샷으로 버디까지 잡아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와 아들 찰리 우즈(15·이상 미국)가 뛰어난 호흡을 자랑하며 PNC 챔피언십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우즈 부자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턴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이벤트성 대회 1라운드에서 13언더파 59타를 합작해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시니어 투어인 PGA 투어 챔피언스가 주관하는 PNC 챔피언십은 역대 PGA 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 우승자 20명이 자녀나 손주, 부모 등 가족과 짝을 이뤄 이틀간 라운드를 한다. 경기는 같은 팀 두 명이 각자 티샷한 뒤 원하는 공 하나를 골라 그 자리에서 둘 모두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상금 108만5000달러(약 15억7000만원)로 큰 대회는 아니지만, 남녀 유명 선수들이 많이 참가해 매년 큰 관심을 받는다.
올해에도 한때 필드를 주름잡던 전설들이 대거 출전했다. 디펜딩 챔피언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를 비롯해 비제이 싱(61·피지), 존 댈리(58), 데이비드 듀발(53·이상 미국)은 각자의 아들과 함께 나왔고, 게리 플레이어(89·남아공)는 손자와 합을 맞췄다. 또, LPGA 투어 통산 72승을 달성한 안니카 소렌스탐(54·스웨덴)과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7승을 휩쓴 넬리 코다(26·미국)는 각각 아들과 아버지와 짝을 이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선수들이 여럿 출전했지만, 이날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은 팀은 역시 우즈 부자였다. 허리 부상으로 지난 7월 디오픈 이후 필드를 밟지 않았던 우즈는 아들과 뛸 수 있는 이 대회 출전을 위해 긴 휴식을 취했다. 2020년부터 5년 연속 개근하고 있는 우즈 부자의 PNC 챔피언십 최고 성적은 2021년 준우승이다.
저스틴 레너드(52·미국) 부자와 함께 1라운드를 출발한 우즈는 부상 재발을 우려해 과거처럼 힘 있는 스윙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확한 임팩트로 공을 때리면서 회복세를 알렸다. 아들 찰리의 성장세도 돋보였다. 아버지만큼 키가 자란 고등학생 찰리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비거리와 한층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우즈를 미소 짓게 했다.
9번 홀(파4)은 우즈 부자의 팀워크를 잘 보여줬다. 먼저 드라이버를 잡은 우즈의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코스를 벗어난 상황. 흔들릴 수 있는 위기였지만, 다음 순서인 찰리가 티샷을 침착하게 페어웨이 가운데로 보냈고, 세컨드 샷도 핀 옆으로 잘 붙여 버디 퍼트까지 성공시켰다. 이 과정에서 우즈는 걱정 어린 표정 없이 간식을 먹으며 찰리의 티샷을 지켜봤다. 캐디로 나선 딸 샘 우즈(17·미국)도 미소로 동생을 격려했다.
바로 다음 홀에선 아버지의 경험이 빛났다. 벙커를 가운데 두고 어프로치만 남은 10번 홀(파4). 찰리는 공이 얇게 맞아 그린을 지나쳤다. 반면 우즈는 의도적으로 깎아 치는 어프로치로 스핀을 먹여 공을 핀 옆으로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렇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나간 우즈 부자는 후반 5연속 버디를 포함해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13개를 잡아내 랑거, 싱 부자와 함께 공동선두를 달렸다. 소렌스탐 모자와 코다 부녀는 각각 10언더파 공동 7위와 9언더파 공동 9위를 기록했다.
우즈는 “골프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실력은 녹슬었지만, 이번 대회는 스크램블 방식인 만큼 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신경 썼다. 다행히 찰리가 오늘 대부분의 퍼트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찰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승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잘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가 나를 여러 차례 구해주셨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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