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자 정보 24개 병원에 동시 제공"…전북형 119구급 체계 가동
-
1회 연결
본문
24개 의료기관 참여…신속한 응급의료서비스 제공
지난해 3월 대구의 한 4층 건물에서 추락한 만 17세 A양은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대구가톨릭대병원을 비롯해 대구파티마병원·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 등 4곳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등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고 발생 약 2시간 30분 만이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이런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구급대가 환자 정보를 도내 병원 수십 곳에 동시에 알려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다. 전북자치도는 23일 “전북자치도소방본부와 도 복지여성보건국이 손잡고 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을 비롯한 도내 모든 응급의료기관과 타 시·도 화상 치료 전문병원(대전화병원·충북 오송 베스티안병원) 등 24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전북형 응급환자 이송 체계(이하 전북형 이송 체계)’를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비해 지자체·소방당국·의료기관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응급의료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엔 구급대원이 병원에 일일이 전화
전북형 이송 체계는 기존엔 119구급대원이 각 병원에 일일이 전화해 환자 수용 여부를 확인했던 것과 달리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기반으로 현장 구급대원이 표준화된 환자 정보(중증도·증상 등)를 단말기에 입력하면 다수 의료기관이 실시간으로 수용 여부를 응답해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 병원을 신속히 선정·이송하는 게 핵심이다.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은 소방청이 올해 초 구급 활동 정보와 이송 병원 선정 등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이와 함께 정확한 환자 평가를 위해 전북소방본부 소속 구급대원 972명 중 500여명은 ‘병원 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Pre-KTAS)’ 훈련을 이수하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1시간 이상 대기 29% 줄어
도는 지난달 전북형 이송 체계 시범 운영에 들어가 시스템 활용과 응답 현황 등을 점검했다. TF팀을 구성해 운영상 문제점도 바로잡았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1월 1일~12월 13일 시범 운영 결과 1시간 이상 대기 사례(일평균 3.06건)가 의정 갈등이 불거진 2월 20일~10월 31일(일평균 4.31건)보다 29% 줄었다. 병원 이송 시간은 평균 19분 42초에서 19분으로 42초(3.5%) 단축됐다. 의료기관 응답률도 시범 운영 2주 차 18%에서 6주 차 44%로 꾸준히 올랐다.
전북소방본부는 전북형 이송 체계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119구급상황관리센터도 신설했다. 센터장엔 소방령을 임명하고, 구급 품질 관리 전문가와 구급대원 출신 팀장 4명을 중심으로 간호사·1급 응급구조사 등 16명을 배치해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센터는 병원 선정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병원 수용이 불가능하면 즉시 개입해 이송 병원을 직접 선정할 방침이다. 도 복지여성보건국도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에 각각 병원 선정 전문 코디네이터를 2명씩 배치해 병상 현황과 의료진 가용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 구급대원의 병원 선정 요청에 즉각 응답할 계획이다.
김관영 “응급환자 생명 지키는 전환점”
도는 전북형 이송 체계 도입으로 ‘일석삼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구급대원은 병원 선정 부담이 줄어 현장 응급 처치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의료기관은 응급환자 분산 이송과 표준화된 환자 정보 수신을 통해 응급실 과부하를 방지하게 되며 ▶도민은 응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적절한 진료를 받을 것이라는 게 도 판단이다.
여기에 도는 병원 선정 응답률을 높이고, 소아전문센터와 심뇌혈관 등 특수 진료과에 대한 병원 선정 특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이번 전북형 응급환자 이송 체계 구축은 도내 응급환자 생명을 지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