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발 공급과잉에 벼랑 끝 석화업계…정책금융 3조원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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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벼랑 끝에 선 한국 석유화학(이하 ‘석화’) 업계에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에 나선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범용 제품 생산 설비를 매각하고, 고부가 가치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울산·여수·대산 등 지역경제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요건도 완화한다.
2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유인책을 내놨다. 예컨대 사업재편 기업의 경우 지주회사 지분 100% 매입을 위한 규제 유예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매수자가 수익이 발생한 이후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겠단 취지다. 사업 매각·합작법인 설립·신사업 인수합병(M&A) 시 기업결합심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컨설팅을 적극 지원한다.
유동성 해소와 사업 전환을 위해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도 지원한다. 설비투자·연구개발(R&D)·운영자금 등에 대해 현행 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저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식이다. 사업재편 추진 시에는 산업은행을 통해 1조원 규모의 사업 구조 전환지원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는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 밝혔다.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은 지역의 ‘주된 산업’이 대내외 충격으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할 때 지정한다.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금융·고용안정·R&D 등 20여개 지원을 맞춤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보증 등 지원은 강화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책을 내놨다. 기존 범용 석화 제품 생산 대신 2차전지용·반도체 필름용 폴리에틸렌(PE)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R&D 지원에 나선다. 내년 상반기엔 이를 위한 '2025∼2030년 R&D 투자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 계획을 발표한 건 중국·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석화 설비가 급증하며 국내 석화 산업에 전례 없는 위기가 찾아와서다. 일본과 서유럽 등은 일찍이 설비 규모 축소에 들어가 피해가 작았다. 실제 2010년 대비 2023년 석유화학 설비 변화 규모를 보면 일본은 15%, 유럽연합(EU)은 9% 감소했지만 한국은 70%가 증가했다.
다만 산업부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 재편 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산업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부실이 이미 커져서 한계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사후적 접근”이라며 “지금 석화 업계는 영업적자가 나긴 했지만, 자구 노력을 하고 있고,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라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내수 부진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건설업’ 분야 활력 제고 방안이 함께 발표됐다. 순공사비가 보장되도록 낙찰률 상향을 유도하고, 물가 반영기준도 개선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를 기존 35조원에서 40조원으로 확대하고 지난 30여년간 고정된 필수 제반 비용인 일반관리비(급여, 교통·통신비 등) 요율을 1~2%포인트(300억 원 이하 중소규모 공사 대상) 상향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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