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의 석유화학 살린다…“파격적 ‘한 방’ 없지만 R&D 지원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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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대산공장. 중앙포토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 매각과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지원하고, 고부가가치(스페셜티)·친환경 위주로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탄핵 정국에도 지원책이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정부는 2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번 방안이 나온 배경은 석유화학 업계의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이다. 중국·중동의 설비 증설과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석유화학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022년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주요 나프타분해설비(NCC) 기업들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유인하겠다며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사업 재편 기업의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 매수자가 수익이 발생한 이후 지분규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보장한다. 기업결합심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 사전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총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도 융자·보증 등의 방식으로 공급한다. 사업 재편 추진 시 산업은행의 사업구조 전환 지원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융자 문을 넓힌다. 석유화학 설비 폐쇄 등으로 지역경제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은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지정 지역 내 협력업체·소상공인 등에는 정책금융기관의 기존 대출 만기 연장과 원금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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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사진 롯데케미칼

업계에선 파격적인 지원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빅 딜’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예상 가능한 범위의 발표가 나왔다”라며 “NCC 매각이나 합작법인 설립 등은 결국 기업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의 당면 과제가 글로벌 공급 과잉인데, 이는 정부 주도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황을 타개할 회심의 지원책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R&D 지원 방향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범용 제품에서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전환이 시급한데, 정부 지원이 도움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2025~2030년 R&D 투자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하고, 고부가·친환경 화학소재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R&D 지원에 대한 큰 방향은 발표됐는데, 내년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는 걸 지켜본 뒤 투자 확대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도 정부의 지원책이 연내 발표된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다. 신학철 화학산업협회장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경쟁력 제고 방안이 차질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라며 “석유화학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주력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 및 업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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