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무원 되기 전부터 생각"…지하철 무료 재승차, 이 남자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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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창의행정을 통해 방치했던 봉은교 중앙보도를 철거해 차량 정체를 일부 해소했다. [사진 서울시]

서울 강남구 삼성1동과 송파구 잠실1동을 연결하는 봉은교는 출퇴근 시간 상습적으로 차가 막힌다. 특이한 건 다리 한가운데 보도(步道)가 섬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강전남 서울시 기술지원팀장은 도로계획과 주무관 시절 중앙보도를 철거하고 좌회전 대기차로로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덕분에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 정체가 덜해 대기 행렬이나 통행시간이 줄었다.

창의행정이 바꾼 서울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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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 한 승객이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 팀장 아이디어가 서울시 정책에 곧바로 반영된 건 서울시가 지난해 1월 공공 서비스 혁신 정책 일환으로 도입한 ‘창의 행정 시스템’ 덕분이다. 창의 행정은 서울시 공무원이 평소 시민 불편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2~3주 안에 실행 부서가 검토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을 개발하는 시스템이다. 공무원 이직률이 증가하고 자존감이 저하하는 등 공직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내놓은 해법이다.

창의 행정이 정책을 바꿔 시민 편의를 끌어낸 사례는 또 있다. 지하철 하차 후 15분 이내 재승차 시 요금을 면제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지하철에서 실수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거나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 이동 도중 하차했을 때 보통 개찰구 밖으로 나가려면 승무원을 호출해 사정을 설명하거나 지하철 요금을 두 번 지불해야 했다. 실제로 추가 요금 지불 문제로 서울교통공사에 제기된 민원 건수는 202년 기준 514건이다.

임국현 사무관은 서울시 도시철도총괄팀장 시절 창의 행정을 통해 지하철 재탑승 시 요금 면제를 추진했다. 그는 “공무원이 되기 전부터 지하철에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 때 편하게 넘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덕분에 연간 시민 1800만명이 편리하게 지하철에서 재승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4100여건 제안…포상금 최대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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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창의행정 사례집. [사진 서울시]

지난 2년가량 서울시 공무원은 10차례 창의 행정 공모전에서 4100여건을 제안했다. 이 중 100여건 이상을 우수 제안으로 선정하고, 성과를 낸 직원은 1000만원 이내 포상금이나 단기 해외연수, 특별휴가 등 혜택을 받았다. 서울시가 한강대교에 조성한 호텔인 ‘스카이 스위트 한강 브릿지 서울’이나 쪽방촌 맞춤형 지원 정책(온기창고) 등도 모두 창의 행정 공모전이 배출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서울시 창의 행정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아이디어 제안자 본인은 물론이고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한 실무 담당자까지 함께 보상을 받는다는 점이다. 공무원 간 협업을 촉진하고 보다 많은 창의적인 제안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이서진 서울시 창의행정담당관은 “서울시 창의 행정 제도는 공공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무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하는 창의 행정 시스템은 공공 서비스 혁신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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