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원톱에도 유보층 35%…사법리스크? 정책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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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만 하더라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세론은 강고했다. 요즘 말로 ‘어대이’(어차피 대통령은 이회창)였다. 그러나 ‘노풍’(노무현 바람)에 흔들리더니 이 전 총재는 결국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2.33%포인트 차로 졌다. 그는 『이회창 회고록』에서 “중도층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나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라고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 속에서 정치권 일각은 이 전 총재를 떠올리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 대표가 여전히 중도층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유권자 1000명에게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37%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의견 유보’도 35%로 높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인 2017년 1월 10~12일 같은 취지의 조사에선 ‘의견 유보’가 13%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무당층의 73%는 ‘의견 유보’를 선택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 속에서도 중도층은 이 대표 지지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그 이유론 ‘사법 리스크’가 먼저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정책 리스크’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표방해온 보편적 복지를 예로 들며 “세계적 트랜드도 아니고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커진 측면도 있다”며 “지지층을 강화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국가 지도자감으로는 그런 모습을 불안하게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의 경제 정책은 반발을 불렀다. 그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사의 경영상 판단에 대한 소송 남발 우려 등으로 재계 반발이 크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두 차례 거부권 행사에도 통과를 벼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할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해 과잉생산의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시 민주당 주도로 처리한 ‘노란봉투법’도 노조의 불법 파업까지 면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개미 투자자들의 우려가 컸던 금융투자소득세도 결국 폐지하기로 했지만, 당론을 정하지 못하며 완화-유지-폐지로 정책 일관성을 잃어 투자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경제 정책 등에서 강성 이미지 때문에 중도층의 지지가 회복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정책도 중도층이 이 대표에 대한 불안감을 못 버리는 배경이다. 이 대표의 친중·친북, 반미·반일 노선은 중도층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이 작성한 윤 대통령 1차 탄핵안에 “가치외교라는 미명하에 북한,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한 점을 핵심 탄핵 사유로 적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중도층 포섭을 위해 최근 ‘우클릭’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 추진 속도를 조절 중이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와 만나 “한·미 동맹은 포괄 동맹으로 더욱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중도 이미지는 그 사람의 이미지와 정책의 이미지가 결합하는 건데, 이 대표는 지금 후자를 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하지 않아 현재 형세를 관리하는 정도의 중도 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관련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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