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준석 "법률가 독점 정치 깨야…'상대가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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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87’ 길을 묻다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권력자 개인의 과오만큼 '87년 체제'의 불완전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평가다.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야할까. 이에 주요 정치인의 의견을 릴레이로 전달한다. 세 번째 인터뷰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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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8년 전 탄핵 때와 달리 지금은 누구나 ‘내란이 맞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며 “과거 통합진보당은 압력밥솥 폭탄을 만들자고 얘기했다는 이유 등으로 내란음모 유죄(1심)에 정당 해산까지 됐는데, 이번엔 실제 군경을 동원했으니 그보다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이를 방관하거나 옹호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함께 있던 여당 중진·장관급 인사 모두 “모르는 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국회로 복귀하던 중에도 ‘북한 급변 사태’를 의심했을 뿐,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되리라는 건 알지 못했다. 많은 30·40대와 마찬가지로 1985년생 정치인 이준석에게 비상계엄은 그만큼 시대착오적인 일이었다.

이 의원은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에 계엄을 겪고 보니,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 역사는 장엄하고 화려했으나 현실의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했다”고 말했다. 2년 전 대선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그는 보수 정치의 취약성을 이번 계엄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보수 쪽에 매력 있는 담론이 없다 보니 범죄·검찰 같은 자극적인 담론에만 심취했고, ‘상대가 악(惡)’이라는 선악 구도에만 기대면서 지성적인 면을 다 잃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쪽도 정상적인 정보가 유통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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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진입 중 경찰과 대치한 장면. 사진 JTBC 캡처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과감한 시대 교체다. 이 의원은 1987년 이후 한국 정치에 대해 “군부가 물러간 뒤 민주화운동 주역이 이끌던 정치가 2010년대를 넘어서며 법률가의 독점 아래 놓였다”며 “대통령과 거대 양당 대표 모두가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된 정치는 과거의 잘못만 따지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제는 율사(律士) 정치인들과 60·70대 정치인들을 서서히 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윤석열 정부를 만든 당 대표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저는 윤 대통령에 대한 경고음을 계속 보냈다. 당시 많은 사람이 저한테 ‘왜 자꾸 후보에게 뭐라 하냐’고 했지만, 지금엔 어느 정도 이해하실 거라고 본다. 윤 대통령은 단언컨대 정치권 안팎을 통틀어 제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이상한 사람이다.”
탄핵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똘똘 뭉치자’는 기류다.
“아직도 보수 안에 부정선거론자가 적지 않다. 황교안 전 총리처럼 아예 부정선거론에 올라탄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비겁한 정치인이 ‘최소한 부실 선거는 맞다. 선관위를 옥죄겠다’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반(反)지성을 지적하지 못하는 기회주의자가 95%다.”
8년 만에 대통령 탄핵 절차가 개시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탄핵으로 당선되고도 통합 행보 대신 ‘적폐청산’으로 진영 대립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그 하나만으로도 대통령 자질이 없었다. 윤 대통령 역시 거부권이라는 엄청난 권한을 행사하는 순간, 어떤 결과가 올지 알았어야 했다. 거부권을 마구 쓰니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됐다. 근시안적이었다.”
87년 체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엔 동의하나.
“87년 체제 종언은 정치학의 기본 개념 같은 것이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미디어 환경이 양 극단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부정선거론을 펼치는 유튜버가 명예를 추구해서 그러겠는가. 오로지 ‘슈퍼 챗’을 노리고 돈을 긁어모으던 이들이 진영을 결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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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에 정치권에 처음 등장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어느덧 40살을 앞두고 있다. 그는 “‘너는 10년·20년 뒤에도 기회가 있다’는 말이 최고의 가스라이팅이었고, 아마도 그 10년·20년 뒤엔 ‘신선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야 했을 것”이라며 “그런 모순 속에 보수 정당의 국회의원은 고위공무원을 지낸 이들이 마지막 훈장을 달기 위해 오는 자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으로 문제를 풀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다음 선거를 위해 오히려 많은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지 않을까. 그런 건 권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일 뿐, 권력구조를 바꾼다고 많은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개헌을 한다면 검찰이나 감사원, 선관위 같은 기관의 독립성과 균형·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개헌 이전에 선거법을 바꾸자는 의견은 어떤가.
“동의한다. 현행 선거제는 정말 괴상하다. 기초의원은 중선거구제인데, 광역의원은 단순 다수제에 단순 비례대표제로 뽑는다. 여기에 국회의원은 단순 다수제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섞었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이 의원은 내년 3월 31일 대통령 출마 자격이 주어지는 만 40세가 된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최근에는 ‘신(新) 40대 기수론’도 제안했다. 1971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구호를 따온 것이다. 이 의원은 “모든 사회는 적절한 시점에 변화가 일어나야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국민의힘에서 ‘보수 단일화’를 제안할 텐데.
“전혀 응할 생각이 없다. 그러면 진다. 4·10 총선 동탄(경기 화성을) 선거가 그랬다.”
단일화하는데 왜 지나.
“현재 유권자는 크게 세 덩어리다. 아직도 본인이 민주주의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부류, 자신들이 나라 팔아먹은 줄도 모르고 애국 보수를 자처하는 부류, 그리고 합리적인 유권자 ‘스윙보터’가 있다. 저는 젊은 세대에선 세 번째 부류가 가장 많다고 보고, 60세 이상 인구가 4~5%에 불과한 동탄을 택해서 당선됐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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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4·10 총선 후 동료 당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보수정당 개혁의 길이 막히면서 (당을) 새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뉴스1

현시점에서 가장 앞선 건 이재명 대표다. 170석 여당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그 자체로 대단히 위험하다. 다만 그런 가능성 때문에 국민의힘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 현수막을 거는 건 아무 의미 없다. 아무리 이재명을 악인으로 묘사해도, 내란보다 나빠질 수는 없다. 시간을 끌어도 국민의힘이 못 이긴다.”
팬덤 정치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이준석 팬덤’도 만만치 않은데.
“좌표를 찍고 공격하라고 하면 부정적이겠지만, 팬덤 자체가 나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 하시는 내내 호남 전체가 팬덤이었고, 민주화의 어려운 길을 버텨낸 건 그 팬덤의 열성적 지지 덕이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으면 나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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