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EPA=연합뉴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장중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시가총액 3조9020억 달러로 거래를 마감한 애플은 기업 역사상 전인미답의 고지로 꼽히는 시총 4조 달러(약 5800조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는 코스피 전체 시총(1997조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김영희 디자이너

엔비디아·브로드컴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들의 상승세에 다소 가렸지만, 애플의 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애플 주가는 40%가량 뛰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애플은 올해 내내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와 비교해 뒤처진 모습을 보이며 ‘AI 낙제생’으로 불렸다”면서 “하지만 최근의 주가는 애플이 여전히 전 세계 기술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엔비디아·MS와의 시총 1위 싸움에서도 애플은 격차를 벌리며 확고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애플의 저력은 매년 수억대씩 팔리는 아이폰·아이패드·맥북의 막대한 수익에 더해,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AI 반도체 기업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는 데 있다.

당장 내년에 애플의 서버용 AI 반도체가 베일을 벗는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M5 칩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모든 자사 제품에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 이번에도 신형 칩은 오랜 생산 파트너인 대만 TSMC의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TSMC는 엔비디아 제품에 칩과 칩을 나란히 붙이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도입해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는데, 이번엔 애플과 손잡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패키징 기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은 신형 M5 반도체를 맥북과 같은 소비자용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물론, 애플 자체 AI 데이터센터에서 서버용 칩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의 힘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영향력에서 나온다. 2024년 1분기 기준 전 세계엔 22억대 이상의 애플 기기가 깔려 있다. 애플은 이 기기들을 자체 운영체제(iOS)로 묶고 애플TV·애플페이 같은 서비스 사업을 키워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여기에 AI 시대를 맞아 AI 반도체까지 내재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고도 ‘애플 제국’을 AI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소비자제품 시장과 반도체 시장 양쪽에서 이 같은 자체 생태계를 가진 기업은 애플 외에 삼성·화웨이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삼성이 AI 파고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화웨이가 대중 제재로 주춤한 사이 애플이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굳히는 모양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에릭 우드링은 “애플의 자체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면서 애플을 2025년 최고 추천종목(Top pick)에 선정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안정적인 아이폰·서비스 매출을 바탕으로 AI 인프라에 투자해 별도의 생태계를 확보한다면 당분간 애플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