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노상원 수첩 딜레마…작성시점·보고여부 모두 불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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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내란·외환죄 모의 정황이 기록된 ‘노상원 수첩’을 둘러싼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첩엔 정치인 등 수거대상·사살 등 표현은 물론 오물풍선·NLL 포격유도 등 북풍(北風)몰이의 흔적도 담겼다. 다만 이 수첩 속 내용과 지난 3일 실제 비상계엄과의 구체적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고, 작성시점·의도·보고여부 등도 불분명한 상태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경찰 조사 단계부터 수첩 내용과 관련한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이 운영한 경기도 안산의 ‘○○보살’ 점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수첩을 확보했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 유도’ 등 수첩 속 내용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지만 묵비하면서 수사는 공전했다. 국수본 관계자조차 “개인적 망상을 적은 것인지, 내란 모의의 결정적 증거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지난 24일 수첩과 함께 노 전 사령관을 구속 상태로 송치받은 검찰이 관련성 입증 책임을 떠안게 됐다.
검찰이 수첩 내용과 비상계엄 간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선 당사자인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조사와 함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도 확보해야 한다. 노 전 사령관이 예비역 신분으로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비롯한 군 현역 지휘부를 상대로 지시를 내리고 계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했다는 수첩의 존재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입장에선 오는 28일 김 전 장관의 구속기간(20일)이 끝나 27일 기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김 전 장관을 체포한 이후 10여 회에 걸친 소환조사를 통해 국회 장악·점거 시도, 선관위 침입 및 서버 탈취 등에 대해선 상당 부분 수사가 진전됐지만,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지난 24일 증거를 송부받은 탓에 아직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때까지 검찰은 노 전 사령관 수첩에 담긴 ‘수거 계획’을 확인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정치인·언론인·판사·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지칭하고, 이들을 연평도 등 서해 5도 인근에서 해상 사살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를 동원해 또 다른 체포조를 운영하려고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별도로 경찰 국수본은 이날 구삼회(준장·육사 50기) 육군 제2기갑여단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구 단장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주도로 만들어진 계엄사령부의 비공식 조직 ‘수사2단’의 단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계엄 당일인 지난 3일 휴가를 내고 경기도 안산의 한 롯데리아에서 방정환(준장)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과 함께 노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계엄 전후 계획을 논의하고, 방 준장 등과 함께 소속 부대가 아닌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정보사령부 100여단 사무실에 대기한 혐의로 입건됐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24일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으로부터 노태악 선관위원장(대법관) 등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선관위 체포조’를 운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지난 18일 긴급체포된 문 사령관은 이전까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해 왔다. 공수처는 또 문 사령관 등 정보사 관계자들이 계엄 해제 이후 텔레그램 앱을 삭제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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