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전 바닥? 매수 조건 있다"…전문가가 승부수 던진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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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주목하는 한국증시 섹터·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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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가 한층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통령에 더해 의회의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우세해 강도높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는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고 탄핵 정국이라는 불확실성까지 얹어져 불안한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만큼 ‘싼’ 주식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긴장감이 맴도는 연말연시, 중앙일보가 국내 내로라하는 투자 전문가로부터 위기 속 기회를 찾아나섰다. 연기금 대표 매니저인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주식운용부문장), 수퍼개미 출신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 롱바이어스드(주식매수 비중 우위) 전략의 대표 매니저로 꼽히는 이한영 보고펀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함께했다.

미국 IRA 폐지 우려는 과해…씨에스윈드 등 신재생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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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펀드매니저 3인은 “한국 증시에 가격 매력이 생긴 만큼 내년엔 실적개선을 기준 삼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부문장,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 이한영 보고펀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장진영 기자

3명의 펀드매니저 모두 “내년은 철저한 종목 장세이며, 지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한국 증시 전반의 강세를 기대하기보다 개별 기업의 호재와 주가 상승 계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어떤 점이 달라질까.
박진호: 1기 때보다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다. 각 분야에서 자신에 대한 충성심과 정책 유사성이 검증된 인사들을 신속하게 지명하고, 그들을 ‘돌격대’로 내세워 취임하자마자 경제와 안보는 물론 전 영역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가장 선명하게 예고된 부분이 관세전쟁이다.
백지윤: 공화당 행정부·입법부를 장악한 만큼 트럼프 공약 이행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당선 뒤 시장에는 과도한 기대감과 우려가 함께 반영돼 지금은 가치의 미스프라이싱(mis-pricing, 시장이 현재 가격을 잘못 평가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구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진실이 드러난다. 지금은 오해를 정확히 진단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이다.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주를 눈여겨보고 있다.
자동차는 고관세의 대표 피해 섹터로 꼽히는데.
이한영: 주식으로서 자동차 섹터는 선호하지 않는다. 내년 국내 자동차 기업 전체 매출 성장률은 정체될 것 같다. 내연기관차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전기차 역시 가격 경쟁에 불이 붙었다. 현재 국내 전기차는 포지션이 애매하다. 아예 싼 것도 아니고, 아주 혁신적이지도 않다. 미국발 관세와 별개로 성장에 대한 피크아웃(고점) 논란이 있는 섹터이므로, 투자자 입장에선 내년에 이익이 턴어라운드(개선)하는 다른 종목을 사는 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도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백지윤: 통상 금리 인하 국면은 거액의 투자금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쪽 업황이 개선될 시기다. 그런데 트럼프 2기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폐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IRA 폐지는 어려울 거다. IRA 보조금 수령 규모가 큰 주들이 공화당 지지 성향이기 때문이다. 현재 씨에스윈드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 주가는 보조금 폐지를 가정한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라 가격이 매력적인 상황이라 본다.
2023년에 개인들이 많이샀던 2차전지는 내년에 좀 나아질까.
이한영: 지금 실적을 가장 신중하게 봐야 할 게 2차전지다. 2025년 2차전지 이익추정치는 ‘신규 생산계획(Q)×가격(P)’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익이 그만큼 나올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봐야 한다. 전기차도 안 팔리고, 2차전지 자체도 어렵고, IRA 보조금도 유동적이고 이래저래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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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올 하이닉스 내년 셀트리온…연간 톱픽 정해놓고 운용을 

삼성전자가 많이 떨어졌다. 저가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도 많은데, 정말 싼가.
박진호: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 바닥권에는 도달했다고 생각하지만 추세적으로 반등할 거라 보지는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 리더십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빠르게 따라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HBM 1a(4세대)에서 어려웠는데 1c(6세대)에서 잘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는 부동산 같은 존재였다. 무조건 한 번은 오르는, 언젠가 돈을 벌게 해 주는 주식이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최근 10년 내내 매출이 정체됐다. 여기에 1등 프리미엄마저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과거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한영: 내년에 중국 경제가 좋아야 삼성전자도 잘될 수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먹혀야 전반적으로 반도체 재고 문제가 나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한 성(省)에서 핸드폰 보조금 지급안이 나왔는데, 이런 정책이 계속 나와줘야 한다.
국내 반도체주 중 한 곳에 투자한다면.
백지윤: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 TSMC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선호한다. 엔비디아가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파트너로는 TSMC, HBM 파트너로는 SK하이닉스가 계속 수혜를 받을 걸로 예상된다. 기술 면에서도 하이닉스가 HBM3E(5세대) 16단까지 제품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우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경쟁자가 될 수 있고, 범용 시장(레거시 반도체)이 살아날 경우 반도체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가 좀 더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박진호: SK하이닉스가 더 유리해 보인다. AI 시대에 들어오면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사 역할을 하고 있고, 차세대 제품에도 모두 대응 중이다. 엔비디아 제품은 1년마다 나오기 때문에 차세대 제품의 주력 공급사(First vender)가 아니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차세대 제품의 주력 공급사가 되어야만 많은 생산량, 높은 평균판매단가(ASP), 높은 이익(마진)을 누릴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신중한 접근 필요…중국 경제 호전이 반등 조건 

트럼프 수혜주는 어디가 될까. 2025년에는 어떤 투자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나.
이한영: 한국에선 미국에 줄을 잘 선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계열 내 최고)’ 제조업을 사면 된다고 본다. 올해 좋았던 방산(방위산업)과 전력기기 등이 내년에도 좋을 것 같다. 수주와 이익이 높아지면 번갈아 오르는 종목장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거다. 개인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때, 연간 톱픽(최선호주)을 정해 놓고 운용한다. 올해가 SK하이닉스였다면 내년에는 ‘셀트리온’을 꼽고 있다. 시장은 ‘짐펜트라(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하나만 보고 있지만, 매출액 1000억원을 버는 다른 제품이 많아진 만큼 더 좋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내년에 호실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할 섹터의 대표주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백지윤: 트럼프 정부에서 공급망 다변화로 조선업과 전력기기 등이 수혜를 받을 거라는 전망에 동의한다. 다만 이미 주가에 반영돼 추가로 오를 부분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주가가 많이 빠진 기업 중에 내년 이익이 성장하는 종목 위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소재·장비 그리고 앞서 말한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이다.
박진호: 지금은 정책의 변화가 워낙 많고 빠르게 진행돼 예측이 어려운 시기다. 트럼프가 취임하고 나서 몇 개월까지는 오히려 정책 상관도가 낮은 섹터를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엔터와 헬스케어 주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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