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메이데이 외치기 1분 전 위치추적 끊겨…전력 셧다운된 듯

본문

17357447797658.jpg

1일 참사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제를 올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했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한 후 양쪽 엔진이 고장 나 기내 전원 공급이 중단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전파 기반 항공기 추적 시스템(ADS-B)’이 보내는 사고 항공기의 위치 정보가 당일 오전 8시58분을 끝으로 송출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항공기 위치 정보는 분 단위로 송출·기록되는데, 조종사가 관제탑과의 교신에서 ‘메이데이’(국제조난 요청)를 외친 8시59분에는 위치 정보가 사라졌다. 항공기 엔진 2개 중 1개라도 작동됐다면 기내에 전력이 공급돼 ADS-B가 작동했을 수 있다.

경력 20년 이상의 현직 기장 A씨는 “ADS-B는 조종사가 일부러 끄기도 힘든 장치”라며 “ADS-B가 꺼졌다는 건 조류 충돌 당시 항공기 자체에 큰 충격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항공전문가들은 전원 셧다운 이후 조종사와 관제탑 간 무전 교신은 배터리에 남은 소량의 전원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항공기의 동체착륙 당시 랜딩기어와 플랩(항공기 이착륙 시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 엔진 역추진, 스피드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양쪽 엔진 고장으로 전원이 셧다운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항공기 엔진 하나를 통해서라도 전원이 공급되면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으로 착륙할 수 있고, 다른 전자 기기들도 대부분 정상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사의 사고 원인 규명은 지연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블랙박스 분석이 어려워 미국으로 보내기로 해서다. 음성기록장치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견됐지만 비행기록장치는 외관이 일부 훼손됐고, 전원부와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커넥터(띠같이 얇고 넓은 형태)가 분실된 상태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대체품을 구하기 어렵고, 이를 장치에 접합하는 과정도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다만 음성기록장치는 (음성파일 전환까지) 이틀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1일 브리핑에서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공사로 북측 활주로를 기존 2800m에서 2500m로 단축해 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길이 자체는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없다. 다만 이번 사고가 활주로 3분의 1 지점(시작점으로부터 1200m 지점)부터 동체착륙한 점을 감안할 때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1차 착륙에 실패했던 사고기가 2차 시도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19활주로)으로 착륙했던 것은 조종사와 관제사 간 합의사항이었다고 밝혔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83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