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자선생 대신 싸이선생, '과학구국' 중국의 테크기업과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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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미스터 사이언스
한성구 지음
궁리

중국공산당을 창당한 천두슈는 1916년에 쓴 글에서 “민주주의와 과학이 서양을 광명세계로 이끌었다”며 각각 데선생(德先生‧Democracy)과 싸이선생(賽先生‧Science)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싸이선생을 영어로 옮기면 이 책의 제목인 ‘미스터 사이언스’다. 베이징대 중국 근현대철학 박사로 고려대 문화유산융합연구소 연구교수인 지은이는 미스터 사이언스가 정치‧문화 운동과 결합해 수천 년 간 존숭 받아온 공자선생(孔先生)을 대체했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근현대 중국의 시각은 ‘과학구국’과 ‘중체서용’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글로벌한 입장에서 이를 잘 구현한 게 중국의 혁신 테크기업들이다. 바이두의 리옌홍, 텐센트의 마화텅, 샤오미의 레이쥔, 그리고 알리바바의 마윈 등 류링호우(六零后‧60년대생) 세대의 기업인들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 이후 창업해 중국의 IT굴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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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파리 인근 화웨이 테크놀로지스 프랑스 본사에 화웨이 로고가 보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1944년생으로 인민해방군 정보기술 부서에서 경력을 쌓다가 1980년대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는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기술국수주의를 추구해왔다. 화웨이는 자체기술 개발 투자와 인재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폐쇄적 기술국수주의를 추구하는 중국공산당의 테크노 내셔널리즘과 궤를 함께한다.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爲人民服務)’는 중국공산당 이념을 핵심가치로 삼는 이 기업은 현대 중국 과학기술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통 생약인 개똥쑥에서 말리리아 치료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해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투유유 외에는 중국 본토 과학자가 자국에서 이룬 업적으로 과학분야 노벨상을 받은 사례가 아직 없는 배경 분석에도 눈길이 간다. 과학 연구에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도 필요하지만 사상과 비판, 수정의 자유가 보장되고 과학자의 독립성과 독창성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지은이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과학기술은 물질만으로 발달할 수 없으며 사회적‧정치적‧문화적 조건이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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