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野, 대법원장 추천 내란 특검법 속도전…與 반대·지연책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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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두 번째 내란 특검법안 처리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부결된 뒤 하루 만인 9일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새 특검법안을 발의했고, 또 하루 만인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곧바로 법안1소위로 보냈다. 법사위 소위에사 논의 3시간 만에 여당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이미 기소한 사건도 이첩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만 추가해 의결했다.

민주당은 발의 전부터 ‘14일 또는 16일 본회의 처리’ 방침을 못 박으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날 안건도 법안 숙려 기간인 20일을 채우지 않은 채 거수 표결로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 7명이 반대했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 10명이 찬성했다. 여당은 “베이커리에서 케이크 찍어내듯 법안을 찍어내느냐”(유상범) “조기 대선으로 가려는 조급증”(조배숙)이라고 반발했지만 정청래 위원장은 “전 국민이 불안해 내란 불면증을 겪고 있다. 한시가 급하다”고 반박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2·3 비상계엄을 빙자한 내란죄가 이미 만들어졌고 그 뒤에 위법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여당 의원 안내로 국회에서 ‘백골단’을 자처하며 윤 대통령의 체포를 막겠다고 하는 것 또한 제2의 내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체포는 공수처와 경찰에, 파면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내란 특검 통과를 준비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간 여당이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한 특검 추천 조항을 정비한 점을 특히 강조했다. 새 특검법엔 조희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모두 추천하게 돼 있고, 국방 외교 등 기밀 사항과 관련해서는 언론브리핑을 할 수 없게 하는 등 위헌 요소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새 법안에 대해 “그동안 정부 측에서 지적했던 핵심적인 위헌 요소가 많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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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 유상범 여당 간사, 박범계 야당 간사가 내란 특검 상정을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국민의힘은 새 특검법에 대해 “포장만 바꾼 ‘박스갈이’”(권성동 원내대표)라며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광범위한 수사로 정부·여당, 일반 국민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재명 세력의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전부 수사해 잡아들일 수 있게 한 제왕적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법안소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대외 외교 정책까지 내란죄로 연계시켜 수사하겠다는 법안”이라며 “조기 대선 목적으로 국민의힘의 손·발을 묶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을 중심으로 자체 내란특검법안 수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수사 범위 축소가 수정의 주된 목적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새 특검법안에) 선전선동과 외환(外患)죄가 들어간 게 문제”라며 “그런 걸 덜어내고 특검을 만들면 수사권 논란이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검에서 신병 문제도 처리하게 될 테니 (국수본도) 체포영장을 무리하게 집행해 갈등 일으키지 말고 기다리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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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다만 여야가 그리는 타임 테이블이 달라서 원만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당은 이르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인데, 여당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득하게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14일 이전에 자체 법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자체 안을 논의하더라도 야당 스케줄에 휘말릴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또다시 야 6당이 강행 처리하는 그림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그 이후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법원장에 추천권이 주어진 만큼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행사하더라도 이번엔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독소조항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여전히 100명 이상이 반대할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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