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화, 전쟁국 빼고 최대 폭락…계엄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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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원화값은 주간 종가기준으로 미국 달러대비 1472.5원으로 한달 동안 5.6%(달러당 77.8원) 급락했다. 사진은 지난달 말 서울 명동 환전소 현황판에 달러 등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한국 원화가 주요국 통화 중에선 전쟁 중인 러시아의 루블화 다음으로 하락(환율은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원화값은 주간 종가기준으로 미국 달러 대비 1472.5원으로, 한 달간 5.6%(달러당 77.8원) 급락했다. 주요 20개국 통화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러시아 화폐(루블)는 전쟁 여파로 같은 기간 1달러당 106.5루블에서 113.7루블까지 추락하면서 6.4% 하락했다.

지난달 원화가치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유럽연합의 유로(-2.1%), 일본 엔(-4.7%), 스위스 프랑(-2.9%), 영국 파운드(-1.7%), 캐나다 달러(-2.6%), 스웨덴 크로나(-1.6%) 등 6개국 통화와 비교하면 하락 폭은 가팔랐다. 뿐만 아니라 경제 기초 체력이 약해 환율 변동 폭이 큰 신흥국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브라질 헤알과 멕시코 페소 등 이머징 통화는 달러 강세에 같은 기간 약 2.2% 하락했다.

원화값이 요동친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면서 강달러가 솟구치는 와중에, 지난달 계엄과 탄핵사태로 가중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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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문제는 원화값 하락으로 원자재 등 수입 비용이 늘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12일 임광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원화가치 급락)은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0.05~0.1%포인트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통계청)은 1.9%로 전월(1.5%)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원화 약세는 ‘1%대 저성장’ 우려에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는 한국은행의 걸림돌이다. 새해 들어 질주하는 강달러에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미국 경제만 홀로 뜨겁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25만6000개 늘었다. 시장 예상치(15만5000개)를 크게 웃돌았다.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트럼프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트럼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이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미국 채권금리와 달러가치가 동시에 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장중 연 4.79%까지 상승했다. 2023년 11월 초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장중 109.97까지 치솟아 110선에 육박했다. 최근 원화값도 외환당국의 안정 메시지와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달러 매도) 기대에 연초 종가 기준 달러당 1450원대로 올랐다가 되돌림 현상(약세)이 나타났다. 지난 10일 야간 종가 기준 원화값은 1달러당 1472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계엄사태 이후 고환율(원화 약세) 한파까지 닥치면서 내수시장은 얼어붙었다. 일각에선 고환율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해 국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을 앞둔 데다 국내 정치적 불안은 해소되지 않아 강달러에 따른 원화 약세가 소비자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고환율보다 경기부양이 더 급하다”면서 “내수시장이 더 침체하기 전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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