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건강한 가족] “자궁내막증, 여성 누구나 생길 수 있어…조기 진단으로 난임 위험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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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착상 방해 난임 이어질 수도
약물 치료 우선 시행해 가임력 보존
재발률 높아 지속적 치료 필요
자궁내막증은 월경(생리)을 시작한 여성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여성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의 10%가 자궁내막증이라는 보고도 있다. 자궁내막증은 월경혈이 질을 통해 배출되지 않고 난관을 통해 역류해 복강으로 들어가면서 자궁 내막 조직이 난소나 자궁인대, 방광, 장, 골반 벽 등에 붙어 증식하면서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월경 때 아픈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에 자궁내막증 진단이 늦어진다. 대한자궁내막증학회에서 임상적 증상 중심의 자궁내막증 조기 진단을 위해 일반인 인식 개선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대한자궁내막증학회 김성훈(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회장을 통해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자궁내막증에 대해 알아봤다.
- 자궁내막증으로 의심되는 대표적 증상은 무엇인가.
- “진행성 질환인 자궁내막증은 무증상부터 월경통, 성교통, 만성 골반통, 배란통 등 나타나는 증상이 다양하다. 월경기를 중심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여 이상 징후를 자각하기 힘들다. 자궁내막증이어도 월경통이라는 생각에 환자가 의학적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평균 2.3년이 걸리고, 병의원을 찾아도 정확한 감별이 어려워 최종 진단까지 7~10년이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증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통한 조기 진단·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 자궁내막증은 어떻게 진단하나.
- “자궁내막증 진단에 초음파·CT·MRI 등 비침습적 영상 검사가 발전하면서 임상적 증상을 중심으로 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초음파 등 영상학적 진단으로 자궁내막증이 확인된 경우에도 건강보험급여 적용으로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대한자궁내막증학회에서도 자궁내막증의 의심 증상 체크리스트와 통증 평가를 체계화한 문진표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자궁내막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길 바란다.”
- 청소년도 자궁내막증이 걸릴 수 있나.
- “월경혈 역류로 생기는 자궁내막증은 이론적으로 월경을 하는 모든 연령대에 생길 수 있다. 초경부터 폐경까지 가임기 여성이라면 월경통 증상에 더 주의해야 한다. 한국은 자궁내막증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걱정스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자궁내막증으로 진단·치료받은 사람이 20만 명이 넘는다. 숨어 있는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궁내막증은 진단·치료가 늦어질수록 파급력이 강하다. 만성적인 허리나 골반 통증은 학업·취업·대인관계·커리어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월경기 통증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 자궁내막증이라도 허리·골반이 좀 아픈 정도 아닌가.
- “만성적 허리·골반 통증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난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되면 가임력도 떨어진다. 난임 환자의 50% 이상은 자궁내막증이라는 보고도 있다. 자궁내막증으로 주변 장기가 유착되고 골반 내부가 해부학적으로 변형된다. 또 염증성 병변으로 정자·난자 등 생식세포의 수정과 착상을 방해해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은 일반적인 월경통과 양상이 다르다. 월경 시작 2일 후부터 통증 강도가 약해지는 월경통과 달리 월경 시작 직전부터 아프기 시작해 월경을 하면 덜 아프고 끝나면 다시 통증이 심해진다.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허리·골반 통증이 심하다면 자궁내막증 등 여성 질환을 의심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자궁내막증은 약물치료를 우선 권고한다는데.
- “가임력 보존을 위해서다. 기존에는 복강경 검사로 자궁내막증 확진 후 수술을 통해 병변을 제거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런데 자궁내막증은 재발률이 높다. 반복해 수술을 받으면 난소의 기능에 영향을 줘 가임력이 나빠질 수 있다. 최근엔 재발률이 높은 자궁내막증의 특성을 반영해 환자 상황에 맞춘 개별화된 관리를 강조한다. 글로벌 자궁내막증 치료 표준 역시 자궁내막증 생애(Endometriosis life) 등을 고려한 장기적 약물치료다. 자궁내막 성장·증식에 관여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줄이는 기전을 가진 디에노게스트 성분의 약으로 자궁내막증 진행을 억제한다. 대한자궁내막증학회에서도 진료지침을 통해 수술이 필요한 고위험군을 제외한 약물치료를 우선 권고한다.”
- 자궁내막증 치료로 가임력 저하를 막을 수 있나.
- “물론이다. 당장 임신 계획이 없다면 약물치료로 자궁내막증을 잘 관리하면 난포 소실 등으로 인한 가임력 저하를 막으면서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디에노게스트 성분을 중심으로 한 자궁내막증 약물치료의 임상적 유용성은 입증됐다. 18~45세 자궁내막증 환자 198명을 대상으로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 척도(VAS) 변화 점수를 살폈더니 디에노게스트 치료군은 자궁내막증 병변이 사라지면서 15개월에 걸쳐 자궁내막증 관련 골반 통증이 유의미하게 줄었다. 또 복용 중단 후 배란 등 가임력이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 학회 차원에서 질환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 계획은.
- ”일반인 대상으로 자궁내막증이라는 질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책을 출판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신뢰도 높은 정보로 더 많은 여성이 자궁내막증을 빨리 인지하고 치료를 시작하길 바란다. 또 여러 대학병원과 협력해 가임기 여성에게서 많은 자궁내막증의 기초·임상 연구도 활성화해 국책 과제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궁내막증 조기 진단을 위한 생표지자 개발 등으로 신약 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 아시아·태평양 자궁내막증학회 사무총장 경험을 살려 세계적 규모의 국제 학회를 유치해 국내 자궁내막증 치료 수준을 더 끌어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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