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리틀야구 수장 된 배우 김승우 “플레이, 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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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으로 깜짝 취임한 김승우는 취임식을 앞둔 지난 13일 본지와 만나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 한국 야구의 초석을 다지는 데 꼭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임현동 기자

“느닷없이 웬 리틀야구냐고요?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입니다.”

지난달 18일, 야구계에서 뜻밖의 뉴스가 날아들었다. 배우 김승우(56)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선거에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자 한화 이글스와 경찰청 야구단 감독을 지낸 유승안 전 회장을 누르고 제7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인기 연예인이 스포츠 행정가, 그것도 한국 야구 꿈나무를 키워내는 리틀야구 수장으로 변신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가 놀랐다.

지난 13일 취임한 김승우 신임 회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갑자기 결심한 일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야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면으로는 ‘나도 큰 틀에서 야구인’이라고 생각해왔다”며 “2012년부터 주변에서 여러 차례 (회장 도전을) 추천했고, 4년 전에도 출마 서류까지 다 준비했다가 고심 끝에 물러섰다. 이번엔 ‘더 늦으면 진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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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승우 신임 회장. 임현동 기자

외부인이 이미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야구인 출신 후보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김 회장은 “야구계에선 (내) 입지가 좁으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이었다”며 “대면 선거운동은 안 된다고 해서, 연맹 대의원 160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꽤 오랜 시간 남에게 부탁이나 아쉬운 소리를 안 하고 살았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대뜸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잘 안 나오더라”라며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상대방도 처음엔 깜짝 놀라 ‘정말 김승우씨 맞아요?’ 하다가 ‘목소리가 똑같네요’라며 친근해하곤 했다”고 전했다.

사실 김 회장은 연예계에서 유명한 야구광이다. 20년 가까이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의 구단주 겸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야구 유니폼의 멋에 매료된 게 출발점이다. 그는 “내가 흑백 TV 세대다. 그런데 그 당시 고교야구나 실업야구 선수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을 보면 흑백 화면인데도 빛이 느껴질 정도로 멋져 보였다”며 “모자에 벨트까지 갖추고 운동하는 종목이 야구 말고 또 어디 있나. 정말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해서 푹 빠졌는데, 집안 사정상 선수는 되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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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승우 신임 회장. 임현동 기자

김 회장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1982년 3월 27일. 그에 따르면, 그날은 전교생이 다 함께 학교 청소에 나서는 ‘환경 미화의 날’이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지?”라고 묻는 초등학교 담임 교사에게 “프로야구 출범일”이라고 대답했다가 크게 혼났다. 혼나고도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가 야구 중계를 봤다. 그해 원년 우승한 OB(현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투혼은 소년 김승우의 야구 사랑에 불을 지폈다. 그는 “어른이 되고 배우로 데뷔한 뒤에야 연예인 야구단을 통해 소원을 풀었다”며 “내가 아직 우리 팀 3번 타자다. 다만 수비 포지션은 나이 탓에 유격수→2루수→1루수를 거쳐 지금은 지명타자로만 나간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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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우는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 구단주 겸 선수로 활약해 온 야구광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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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국리틀야구연맹 화성드림파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승우 신임 회장. 임현동 기자

일단 화제성만큼은 역대 어느 회장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겁다. 당선 이후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고, 취임식이 열린 이날 화성드림파크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리틀야구 선수 학부모 반응도 폭발적이다. 리틀야구연맹 관계자는 “특히 어머님들 반응이 정말 좋다. 혹시라도 경기 때 회장님을 만날 수 있을까 많은 분이 기대하고 계신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김 회장도 이런 반응과 상황을 고무적으로 여긴다. 그는 “리틀야구는 언론에 기사 한 줄 나오기 어려운데, 이번에는 내가 사건·사고가 아닌 일로도 프라임타임 뉴스에 두 번이나 나갔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라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나로 인해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연맹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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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취임식을 앞두고 아내 김남주가 보낸 커피트럭 앞에서 활짝 웃는 김승우 신임 회장. 임현동 기자

김 회장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역시 부인인 배우 김남주(54)다. 취임식 당일 행사장에 커피 트럭까지 보내 응원했다. 김 회장은 “아내는 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믿고 지지해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며 “다만 단 하나, 날 뽑아주신 분들이 실망하지 않게 ‘선거 전에 했던 공약은 꼭 지키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출마 전, 임기(4년) 내 이행할 수 있는 공약만 내걸려고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리틀야구 선수의 중학교 1학년 이중 등록 문제 해결 ▶일본·대만·미국 등과의 리틀야구 국제 교류전 활성화 ▶스폰서 유치 확대 ▶투명한 재정 운영 ▶선수 수급 개선 등을 약속했다.

연맹 회장은 월급 한 푼 받지 않는 명예직이다. 그래도 김 회장은 “한국 야구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연맹 재원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취임식 전부터 화성특례시청을 방문해 정명근 시장을 직접 만났다. 김 회장은 “내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리틀야구에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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