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계엄이 쓸어간 12월 일자리, 취업자 3년10개월만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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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늘어난 취업자 수가 전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는 12월에만 5만명 넘게 줄었는데 월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건 약 4년 만이다. 실업률도 12월 한 달 동안에만 0.5%포인트나 뛰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내수 경기를 흔들면서 고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15세 이상)는 2857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5만9000명(0.6%) 증가했다. 전년(32만7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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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산업별로는 건설업 취업자 수가 4만9000명 줄었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감소 폭이 가장 크다.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진 여파다. 고용 규모가 큰 도매 및 소매업(-6만1000명)과 제조업(-6000명) 등도 취업자 수가 줄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26만6000명 늘었지만, 경제활동인구의 허리층인 40대 취업자 수가 8만1000명 감소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일용근로자가 12만2000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는 2012년(12만7000명) 이후 최대치다. 건설업 침체와 경기 하강으로 일용직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연간 취업자 수가 정부 전망치(17만명)를 밑돈 건 12월의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줄어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3년 1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실업률도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3.8%로 나타났다. 12월 기준으로는 2004년 12월(3.8%)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말 고용 한파는 내수 분야의 도∙소매, 운수∙창고업, 숙박∙음식업, 개인서비스업 등에서 더 확연히 나타났다. 이들 업종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감소 폭은 11월 7000명에서 12월 6만5000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12월 전체 취업자 수 감소분(5만2000명)보다도 많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내수 업종의 고용에 영향을 미쳤는데 대부분 임시일용직”이라며 “영업이 어려워지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게 되는데 이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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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건설업(-15만7000명)과 제조업(-9만7000명)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꾸준히 증가 흐름을 보였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 역시 3000명 줄어 202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주로 10~11개월 단위로 집행되는 보건복지나 공공행정 부문의 정부 직접 일자리 사업이 종료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246만7000명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쉬었음 인구는 질병이나 장애가 없지만, 막연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을 말한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1만7000명이 늘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채용 문화가 바뀐 영향’(통계청)이라고 설명하지만,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고용률 자체는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은 62.7%로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69.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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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하지만 12월 예상 밖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그나마 괜찮은 추세였던 고용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게 문제”라며 “고용마저 흔들리면 내수 회복 속도는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1월부터 직접 일자리 사업이 재개되면 일시적 고용 부진도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가 전망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2만명이다. 조 과장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취업자 수 증가 또한 한계가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건설 경기 회복도 예단하기 어려워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연초 유행하는 독감도 고용 불안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비상한 대응을 주문했다. 최 권한대행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고용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며 “전 부처가 일자리 전담 부처라는 각오로 취약부문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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