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생존 위기’ K배터리는 기술 전쟁 중…‘전고체 배터리’ 한중일 삼국지
-
1회 연결
본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위기를 맞은 배터리 업계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비상경영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연구개발(R&D)은 강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업계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인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놓고, 한중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중 삼성SDI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 본격 양산 준비에 나섰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에너지밀도가 높고 화재·폭발 위험이 적어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삼성SDI는 일부 장비 업체들과 공급계약을 맺었고, 소재 업체도 선정 중이다. 양산 목표는 2027년이지만, 공급망을 미리 구축해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 5곳에 샘플을 공급하고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다.
SK온 역시 최근 전고체 배터리 관련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게재되는 등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하반기 완공하는 대전 배터리연구원 내 파일럿 플랜트에서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올해를 ‘배터리 보릿고개’로 보고 위기경영을 선언한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 R&D 경쟁력을 높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K배터리가 살길은 결국 차세대 기술 확보”라고 말했다.
한때 배터리 강국이었던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고체 배터리 특허 점유율은 일본이 36%로 가장 높았고, 중국(27%), 한국(18%), 미국(11%) 등의 순이었다. 일본의 선두주자인 토요타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현대차·벤츠 등 완성차 업체도 적극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400억 달러(약 5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CATL은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며 R&D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 CATL은 2027년 소량 생산을 목표로 한다. 중국 정부는 CATL 등 6개 기업이 참여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에 60억 위안(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또 중국은 전고체로 가는 징검다리인 반고체 배터리 기술에서도 앞서 있다. 전기차 기업 니오 등이 반고체를 탑재한 차량을 이미 선보였다.
전고체 배터리는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해도 ‘슈퍼카’에만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반고체 배터리에 집중하는 건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고 가격이 싸면서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을 일부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전고체 배터리 대중화가 늦어지면 중국이 반고체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만드는 건 지금 기술로도 가능하지만,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력 이슈를 해결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라며 “중국 CATL 등과 경쟁하기 위해 우리도 지금보다는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