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유의 법원 난입, 그 뒤엔 공수처·민주당의 '찜찜한 빌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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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으로 12·3 계엄 사태의 사법적 수습은 한 걸음 나아간 모양새지만 갈라진 민심의 골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일각에선 19일 새벽 서부지법 난입 사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탄핵심판 전 강제 수사의 총대를 메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불법 수사” “불법 구속”이라는 목소리는 단지 거리의 외침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판사들 사이에서도 “본말이 전도된 논리가 아닐까”(A 재판연구관)라는 의문이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없는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수사하기 위해 직권남용을 고리로 내란 혐의를 수사해 구속영장 청구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직권남용죄로는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다는 점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을 검찰이나 특검 중 누가 기소하더라도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 논란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공수처가 통상 찾던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한 이른바 ‘판사쇼핑’과 당직 판사가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110조 적용 배제’라는 이례적 문구를 넣은 것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걱정하는 공수처를 더욱 윽박지른 건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당내 원로·중진들 사이에서도 “탄핵이 급하지 체포·구속이 급하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지도부는 “오동운 처장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박찬대 원내대표)”며 다그쳤다.
이같은 수사권 논란은 발빠르게 움직였던 검찰과 경찰이 공조했다면 애초부터 없었을 일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의 윤석열-한동훈 라인이 내란 사건 축소, 윤석열 구속, 검찰 수사권 회복, 검찰 정권 창출 후 윤석열 사면 등의 목표 하에 시나리오 수사 기획을 시작했다”(지난달 9일 김민석 최고위원)면서 수사를 공수처로 몰았다. 그때마다 공수처는 휘청였다.
탄핵소추의결서에서 ‘내란죄’를 철회해 논란을 일으킬 때부터 문제가 된 민주당의 과욕은 공수처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에도 생채기를 냈다. 익명을 원한 형사법 교수는 “진행과정 하나하나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사법 절차가 윤 대통령을 끌어내기 위한 ‘기술’에 좌지우지된다는 인상을 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구속이 부당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지자들의 폭력 난동 행위에 면죄부를 줘서도 안된다. 하지만 그들이 제기한 논란과 우려들은 윤 대통령 기소와 탄핵에 이르는 과정에서 극복돼야 한다. 공수처는 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결과에 도취되지 말고 하자 없는 기소에 이를 수 있도록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 특히 민주당은 사법 시스템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스스로 움직이도록 내버려두는 인내를 지금이라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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