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 게임 하면 이명 증상 좋아진다"…디지털 헬스 신세계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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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건강 정보 문해력' 키우기
건강 정보에 접근해 활용하는 역량
내 의료 데이터 아는 게 첫걸음
올바른 출처 확인 습관 들여야
건강 정보에 접근해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건강 정보 문해력’(헬스 리터러시)이라고 한다.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정보가 넘치는 오늘날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역량으로 떠오른다. 건강 문해력이 높으면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알고 관련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한다. 나아가 적절한 건강관리를 실천한다. 의료진과 보다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도 도움된다. 지난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5’에서는 더 건강한 삶(웰니스)을 추구하는 디지털 헬스 기술이 주목받았다. 질병 예방과 의료 접근성 향상에 중점을 둔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됐다. 인공지능(AI), 웨어러블·가상현실 기술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혁신적인 제품이 다수 나왔다. 스마트 거울(옴니아)은 사용자가 거울 앞에 서기만 해도 스트레스 지수와 심장·대사 건강을 측정해 알리며 개선 방법을 제안한다. 공기주머니(커프) 없이 혈압을 측정하는 반지 형태의 기기(아폴론)도 선보였다. 약물 대신 가상 현실에서 아바타를 제어하는 게임으로 이명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디지털 치료기(티디스퀘어)는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기술 발전이 가파른 디지털 헬스 시대, 건강 문해력을 단련하는 데 도움되는 정보를 알아본다.
내 혈압·혈당 숫자 알기
고혈압 팩트시트(2024)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3명 중 1명은 본인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런 무관심은 젊은 연령대에서 두드러진다. 건강검진을 받고도 결과는 나 몰라라 하는 게 크다. 의료 데이터에 접근성이 떨어지면 병이 생기고 나서야 원인을 찾는다. 질병 예방과 의료 이용에 내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려는 인식이 필요하다. 손쉬운 실천은 건강 지표인 혈압·혈당·콜레스테롤같이 기본적인 숫자를 아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의 ‘당뇨병 질병 부담 및 관리 현황’(2024)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63%(2295만 명)가 당뇨병 전 단계다. 자신이 당뇨 전 단계에 근접하는 혈당 숫자임을 스스로 인지하면 운동과 식이 조절에 좀 더 신경 쓴다. 기본적인 지표와 용어에 관심이 없어 건강 문해력이 낮으면 건강관리를 이해·실천하기 어려워한다. 질병의 신호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환자가 주체적으로 건강관리를 못 하면 의료진에게 본인의 건강 상태를 질문하거나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때 수동적인 경향이 있다.
심박수 추이 보며 요가·명상 실천
내 심장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알려주는 신호가 있다. '안정 시(휴식기) 심박수'다. 충분히 휴식하는 상태에서 1분 동안 심장이 몇 번 뛰는지 측정한 값(bpm)이다. 스마트워치·링 같은 웨어러블 기기 사용자면 안정 시 심박수의 변화를 확인하고 체중처럼 관리하길 권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안정 시 심박수는 60~100bpm이다. 이 수치가 60bpm에 가까울수록 심장은 더 적은 에너지로 많은 일을 해내는 상태, 즉 효율이 높음을 뜻한다. 한 번 뛸 때 더 많은 양의 혈액을 내보낸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안정 시 심박수와 당뇨의 연관성' 연구에 따르면 안정 시 심박수가 높을수록 당뇨병 위험도 증가한다. 심박수가 80bpm 이상이면 60~69bpm인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이 약 2.2배 높다. 심박수를 5bpm 이상 낮추면 당뇨 위험이 20~40% 줄어든다. 40세 이상 남녀 8313명을 18년간 추적해 지난해 2월 발표한 결과다. 안정 시 심박수가 높은 건 불안·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과도 연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과도하거나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다는 신체 반응이다. 심박수를 낮추는 좋은 방법은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다. 여기에 요가·명상·심호흡 같은 이완 기법을 더하면 스트레스 반응에 대처하는 조절 능력이 단련된다.
과도하게 불안 부추기면 의심
한때 암 환자 사이에서 '굶으면 암세포도 굶어 죽는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진 적이 있다. 일부 환자들이 식사를 거부해 의료진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암과 싸우는 주요 무기의 하나는 충분한 영양 섭취다. 디지털 시대에는 잘못된 건강 정보인 인포데믹(정보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조회수를 늘리려는 자극적인 콘텐트가 넘쳐난다. 정보를 식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건강 문해력이 낮으면 올바른 건강 정보 찾는 걸 어려워한다. 이럴 땐 공공기관·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건강 정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허위 정보는 종종 불필요한 두려움을 조장한다. 접하는 정보가 과도한 불안을 일으키면 사실인지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출처를 확인하길 권한다. 이유라(서울아산병원) 환자안전학회 정보이사는 "정보의 출처에 따라 신뢰도를 차등화하는 방법을 권한다”며 “의료인의 말엔 신뢰도를 높게 두고 인터넷 검색은 신중히 검토하며 근거 없는 주변의 이야기엔 신뢰도를 낮게 두는 방식으로 정보를 구분하면 합리적인 판단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지역 보건소·의료기관의 건강 교육 프로그램이나 비대면 온라인 강좌에 참여하는 것도 도움된다. SNS의 발달로 건강 정보의 소비자는 동시에 생산자·전달자 역할도 한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스마트워치 센서 눈에 안 닿게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제품은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지만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디지털 헬스케어 소비자 이슈 및 시사점'(2023)에 따르면 혈압·혈당 체크 및 의료 기기 사용자의 17%가 다치는 경험을 했다. 사고의 주원인 중 하나는 본인의 몸 상태나 질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사용해서다. 예를 들어 안마의자는 고령자나 뼈가 약한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다. 강한 진동·압력 때문에 근육·신경 손상은 물론 골절도 발생한다. 중증 골다공증 환자, 목 인대·근육이 손상된 급성 경추염좌 환자, 협착증 등 척추 질환이 있는 사람은 안마의자 사용을 자제하는 게 안전하다.
대중화된 스마트워치를 구매, 사용할 때도 신중히 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스마트워치 구매 시 ▶배터리 성능(사용・충전 시간)을 고려해 자신의 생활양식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주 사용 목적과 기능·가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라고 권한다. 사용 시 주의점으로는 ▶심박수 측정 센서(광센서)를 눈에 직접 대면 안구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햇빛에 민감한 피부(광과민성)거나 심장박동 조절기 같은 이식형 의료기기를 착용했으면 의사와 상의 후 사용하라고 권했다.
의료진과 소통하는 도구로
의료 현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일부 입원 환자에게 생체 지표를 추적하는 반지형 측정기를 활용한다. 일산병원 스마트병원 혁신부 한경미 팀장은 "기존 병원 환경에서는 의료진이 정해진 시간과 횟수에 맞춰 측정했다. 갑작스러운 환자 상태 악화의 원인을 신속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많은 환자가 의료진이 곁에 없어도 자신의 상태가 지속해서 추적 관찰된다는 점에 안심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소아 두통 환자 진료에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 문진을 한다. 두통 발생 시점·위치, 지속 시간 등 주요 임상 정보 획득률이 53.7%에서 98.7%로 개선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재소 교수는 "기존의 병력 청취 방식으론 시간 부족과 정보 누락으로 정밀 진단이 어려웠다"며 "아이들은 특히나 증상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워하는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으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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