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그림책’이라는 특별한 예술, 온몸으로 느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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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예쁘다고만 느껴지던 그림에 이야기가 덧붙여지면 생명력이 흘러넘치게 됩니다. 그림과 글을 함께 읽는 사람들은 더욱 몰입하며 스토리에 공감할 수 있죠. 이렇게 그림책은 독자로 하여금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림책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은 얼마나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할까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그림책에 의한, 그림책을 위한 전시회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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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형 애니메이션으로도 상영되는 김영진 작가의 『엄마를 구출하라』를 통해 그림책이라는 예술 장르가 지닌 풍성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김영진, 책읽는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5 그림책이 참 좋아’ 전은 그림책 세상으로 들어가 그림책을 온몸으로 느껴 보기를, 그림책과 함께한 경험이 행복한 유년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며 마련한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아트센터이다는 그림책이 ‘이야기의 유래나 결말이 중요하지 않은, 그 자체로 재미가 되고 목적이 되는 내재적인 가치를 지닌 하나의 미디어’라고 설명하며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가 조화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예술적 경험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전시를 통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죠.

유제승 큐레이터는 그림책을 “인간이 가장 먼저 접하는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작가들의 예술성과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의 사랑이 결합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예술”이라며 “아이들이 그림책에 그려진 원화를 실제로 만나고 조형물·미디어아트·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시각예술을 통해 그림책 속 세상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이번 전시를 구성했습니다”라고 덧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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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재 작가의 『도망쳐요, 달평 씨』는 육아에 지친 양육자의 마음, 양육자와 보내는 시간이 늘 아쉽기만 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림책이다. ⓒ신민재, 책읽는곰

그림책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주제와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다루는 확장성 있는 예술 플랫폼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그림책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죠. “그림책은 아이들이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 학교·학원 및 그 외 다른 공간에서 겪게 되는 여러 사건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그 문제들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해결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겉으로 복잡해 보이는 문제들의 이면이 어떤지, 자신은 어떻게 그런 문제들을 대해야 하는지 배우고 대면할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2025 그림책이 참 좋아’는 국내외 저명한 그림책 작가 23명의 대표적인 그림책 원화 27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해외 작가로는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시드니 스미스(Sydney Smith)와 일본의 유명 그림책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의 구도 노리코(Noriko Kudoh) 등이 참여했고요. 최숙희·윤정주·김영진·유설화·신민재를 비롯한 국내 작가 21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 그림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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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작가의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는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너를 스쳐 가는 모든 감정이 네 내면을 채우는 소중한 색깔이라고 말해준다. ⓒ최숙희, 책읽는곰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이다 보니 선정된 원화를 각 작가들로부터 운송하고 모으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해요. “액자 제작 일정을 고려하여 작가분들과 각각 작품 픽업 날짜와 장소를 다르게 맞춰서 움직여야 했는데 거의 2개월 가까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 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다른 누구보다도 원화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고 작가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설명도 직접 듣고 전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던 매우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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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그림책이 참 좋아’ 전은 다양한 체험 콘텐트와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 공간도 마련돼 관객들이 오랜 시간 머물며 즐길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다른 그림책 전시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구성된 전시라는 점인데요. 아이들을 데리고 전시장을 찾는 가족들이 많지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거나,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많지는 않습니다. ‘2025 그림책이 참 좋아’는 어린이를 위주로 해 실제 그림이 걸리는 높이가 일반 전시와 달리 어린이 눈높이에 맞도록 조정되어 있죠. 전시를 보다 보면 어른들이 보기에 그림 위치가 낮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어요.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콘텐트와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위주의 전시라고 해서 그 내용이 유치하지 않습니다. 이번 ‘2025 그림책이 참 좋아’는 어린이와 한 때 어린이였던 어른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시입니다.”

전시관 내부에는 그림책 작가들의 책과 삽화가 작가별로 전시되어 있는데, 가벽마다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소개한 글 옆에 다양한 그림이 액자에 담겨 있고, 그 그림만 보더라도 이야기의 진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유지우 작가의 『구름 공장』은 구름을 만드는 공장에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들며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작품인데요. 구름을 의인화한 서사를 통해 소중한 존재와 이별하지만 그와의 추억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이별의 순리를 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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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에게는 보물창고와 다를 것이 없는 냉장고, 아이스크림 가게 등에서 시작한 ‘꽁꽁꽁’ 시리즈. 윤정주 작가는 어렸을 때 한번쯤 해봤을 상상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윤정주, 책읽는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윤정주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어요. 어린아이에게는 보물창고와 다를 것이 없는 냉장고, 아이스크림 가게 등에서 시작한 ‘꽁꽁꽁’ 시리즈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죠. 서로 손잡고 있는 요구르트, 우유 종이팩을 벌려 소리치는 우유 등 윤정주 작가는 어렸을 때 한번쯤 해봤을 상상을 재미있게 그려냈어요. 유설화 작가의 『슈퍼 거북』은 토끼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우승을 하게 되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북이로 살게 된 거북이의 경주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책은 ‘어떤 순간에도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있죠. 거북이는 거북이처럼 살았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삶의 진리를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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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은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니라 꿈을 사는 곳이라는 의미를 전하는 김영진 작가의 『두근두근 편의점』도 만나볼 수 있다. ⓒ김영진, 책읽는곰

편의점은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니라 꿈을 사는 곳이라는 의미를 전하고 있는 김영진 작가의 『두근두근 편의점』도 만나볼 수 있어요. 특히 김영진 작가 섹션에서는 스토리보드를 볼 수 있는 게 인상적이죠. “김영진 작가님이 그림책에 수록된 작품 외에도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섬네일 스케치를 전시하기를 희망하셨는데요. 이는 그림책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스토리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으로부터 비롯된 아이디어가 작가의 손끝에서 어떻게 최종 작품으로 이어지는지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훌륭한 콘텐트입니다. 아이들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꼭 전시를 희망하셨고, 전시 개막 후 실제로 많은 관객분들이 스케치를 유심히 관람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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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명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한 편의 시 같은 글과 시드니 스미스의 서정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시드니 스미스, 책읽는곰

일본 그림책 작가 구도 노리코 섹션도 눈에 띄는데요. 현재까지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야옹이들이 여러 일상 공간에서 겪게 되는 갈등 상황과 모험을 그려냅니다. 2021년 1월 출간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그림책’으로 뽑힌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도 전시장 한 섹션을 근사하게 장식하고 있죠. 이 작품은 캐나다 유명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한 편의 시 같은 글과 시드니 스미스의 서정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짙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20여 명의 그림책 작가가 만든 다양한 그림책들을 살펴보며 내 취향을 저격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찾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중간중간에는 어린이들이 체험하기 좋은 부스들이 많아 즐거움을 더했죠. 그림책에 등장하는 피자 조각을 확대하여 전시장 벽면과 바닥에 위치시켜 그 위로 어린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게 하거나, 벽면에 실제보다 거대한 냉장고 그림을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그림책처럼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의 일원이 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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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작가의 『열두 달 나무 아이』를 바탕으로 구현된 8m 높이의 초대형 미디어아트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관객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그림책다운’ 상상력을 발현할 수 있는 장치들이 가득하고 그림책 전시니까 가능한 코너들이 관람객들을 유혹해요. 애니메이션으로도 상영되는 『엄마를 구출하라』의 경우 전시 공간 삼면이 다 영상이니 앞 좌석에 앉아 보는 걸 추천합니다. “최숙희 작가의 『열두 달 나무 아이』를 바탕으로 구현된 8m 높이의 초대형 미디어아트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이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달마다 나무 하나와 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내가 태어난 달뿐만 아니라 내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의 태어난 달까지 생각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이렇게 그림책 속 캐릭터로 꾸며진 포토존,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 마치 그림책 속 세상을 여행하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공간 구성과 초대형 미디어아트, 몰입형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림책이라는 예술 장르가 지닌 풍성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어요. 유 큐레이터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슈퍼거북 슈퍼토끼’ 뮤지컬 쇼케이스도 꼭 관람하길 추천한다고 했죠. 뮤지컬 쇼케이스의 입장티켓은 전시장 예술상점에서 선착순으로 배포하니 공연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전시장에 오자마자 공연 티켓을 수령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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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나무 아이』는 달마다 나무 하나와 그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 나와 주변 사람들의 태어난 달까지 생각해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최숙희, 책읽는곰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림책에 다시 입문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어떤 그림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그림책 원화 옆에 붙은 섬세한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면 작품의 이해가 더욱 쉽고 그렇게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기 관람객, 성인 관람객들 역시 자신 내면에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되고 그림책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2025 그림책이 참 좋아’ 展

기간 3월 2일(일)까지
장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어린이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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