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러·중 맞설 한·미 원전동맹…건설경험·자본력 시너지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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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K원전 수출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 종결 합의가 미래 ‘K원전’ 수출에 청신호를 켰다. 한·미 원전 동맹 ‘팀 코러스(Korea+US)’는 3월로 다가온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본계약은 물론, 유럽과 중동 등 앞으로 예상되는 추가 원전 수주전에서도 시너지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유지 조약에 따라 비공개다. 다만 한국은 중동 원전 수주에, 웨스팅하우스는 유럽 진출에 주도권을 나눠 갖는 식의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해당 국가 진출시 일감 일정 부분을 서로 분배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이번 합의로 유럽 시장을 쉽게 내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의 해외 진출 걸림돌을 치우고, 신규 시장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원전 확대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가 함께 진출하는 모습은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원전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 건설한 원전 노형 중 러시아의 점유율이 약 41%, 중국이 19%로 절반을 차지하고, 한국 APR1400의 점유율은 7% 수준이었다(2022년 기준). 건설 예정인 원전에서도 러시아 점유율이 34%로 많았고, 중국이 26%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원전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 중국은 내수용 원전 건설·운영 경험이 많다는 강점을 활용해 적극적인 수출 노력에 나선 상황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원자력 발전량이 가장 많고, 체코·사우디아라비아 등 수주전에서 한국과 계속 부딪히는 상대다.
이에 맞선 한국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사막에서도 예산과 공기(工期)를 맞춰 시공하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역량이다. 한국의 건설 경험과 미국의 자본력·외교력이 힘을 합친다면 앞으로의 원전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원전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인 신호다. 앞서 2020년 미국은 2030년까지 세계 신규 원전 시장이 5000억~7400억 달러(약 1062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높아졌고,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는 더 커진 상황이다. IAEA는 2050년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이 2023년 371.5GW 수준에서 2.5배 이상인 950GW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스웨덴·네덜란드·폴란드 등 유럽 주요국은 원전 확대 정책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UAE 등 중동에서도 추가 원전 건설 수주를 노린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미 합의는 오는 3월 본계약 체결을 앞둔 체코 원전 수주의 최대 리스크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체코 원전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이 경험은 향후 대한민국이 유럽과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만 비공개 합의의 구체적 내용에서 한·미 양국이 서로 무엇을 얼마나 주고받고, 나눠 갖기로 했는지에 따라 한국이 실제 쥐는 이익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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